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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래의 6.25 참전 수기-잠들면 죽어!-⑯

김성래의 6.25 참전 수기-잠들면 죽어!-⑯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5.09.2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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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래(대신면 율촌리)
■ 제5장 백마고지로 이동


우리 대대는 백마고지 하단 우측 주저항선에 배치되어 경계 근무를 하며 지내는 어느 날, 수색중대가 전방에 나가 앞강에서 수심을 재고 있는 적병 한 명을 생포하여 왔다.


이 지역은 북쪽에 꽤 큰 평강 저수지가 있어 이 저수지 물이 전방에서백마고지를 싸고돌아 적진 속으로 다시 내려간다. 아마 이 수로를 이용하려고 수심을 재러 왔다가 체포된 것 같다.


우리 뒤 쪽에 조그마한 산도 아니요. 언덕도 아닌 해발 150m정도의 외딴 봉우리뿐인데 여기가 우리 대대 본부다. 그 앞으로 또 다른 저수지가 있어 물이 많을 땐, 본부 앞이 물에 잠긴다는 크지 않은 저수지가 있다.


이 저수지에 적의 포탄이 떨어져 많은 고기가 떴는데 유난히 큰 물고기라 건지고 보니 잉어가 무려 1.5m는 족히 되어 먹지도 못하고 대대에서 땅에 묻어 장사를 지내 주기도 했다. 하여튼 저수지에는 물고기가 너무 많았다.


민가도 없고, 누구하나 잡아가는 사람도 없는 들판이다 보니 물고기들이 크고 또 크고 마냥 크기만 한 것이다.


물고기들의 천국이다. 물고기가 너무 많고 너무 커서 그 상대밀도가 최대한도가 될 때 과연 어찌될지 그게 걱정될 정도였다.


때는 1952년 10월, 내 생일이 있는 달이다.


나는 분대장으로 물고기를 잡아 생일날 분대원들과 한 판의 회식을 마련하려고 하였다. 어느 날, 좌측 백마고지 밑 전초진지에 비가 내리는데 인민군 소좌(우리에 소령급) 한 명이 귀순하여 왔다.
 

즉시 대대로 후송하여 심문하니 상황이 긴박하고 중요한 사안이라 사단으로 가서야 말하겠다는 고집이다. 하여 심문도 못하고 바로 연대로 후송 하였고, 거기서도 역시 똑같은 말만 반복하여 사단으로 이송 하였다.


이 귀순한 소좌는 사단 상황실에 도착 하자, 사단장 앞에 작전명령서와 작전 계획서를 내어 놓으며 D-데이가 10월 5일이다. 즉 내일 모래라 하며 급히 서두르라고 하였다. 그는 적 사단작전사령관보좌관이었다.


◇ 제1절 백마고지의 중요성


백마고지는 철원 앞 평야지에 좌측 북쪽에 있다.


철원 평야를 장악하기 위해 적이나 아군이나 꼭 필요한 지역이다. 철원평야는 무려 796.67㎢의 평야에 도피안사, 삼부연 폭포, 고려를 세운 궁예가 도읍으로 삼았던 궁예 왕궁 터가 있는 곳일 뿐 아니라 강원도 쌀 수확량 최고의 평야이다.


만약 이지점을 적이 소유하면 아군은 철원평야를 다 빼앗기고 마는 주요고지다. 이토록 중요한 고지이므로 적은 필사적으로 백마고지를 점령하려고 혈안이 되어 대규모 공격을 감행하려한 것이다.


◇ 제2절 적의 작전 계획서


그 작전 계획서에는 평강 저수지를 폭파하여 그 물로 백마고지를 싸고도는 강물을 범람케 해, 아군의 병력과 보급지원을 차단하여 고립시키고 맹공을 펴 백마고지를 되찾자는 작전이었다.


또 다른 계획서의 이번 전투 주공격 부대는 인민군 10사단으로 전 사단원이 만주에서 삼인조 특수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특수부대 삼인조는 3인이 1개 조가 되어 한 사람은 소총, 또 한 사람은 수류탄, 다른 한사람은 삽을 지참하고, 그중 삽을 가진 사람이 앞으로 나가 호를 파면, 다음 수류탄을 멘 사람이 그 호로 이동하고, 다음에 소총수가 그 호로 들어가 작전을 개시하는 전투 대형이다.
 

이런 순서를 반복하여 공격지점에 도착하면 수류탄을 멘 사람이 앞으로 뛰어나갈 때 소총수가 지원 사격을 가하고, 폭발물을 짊어진 사람이 목표 지점에 도착해 수류탄을 투척한다.


그중 한 사람이라도 죽거나 부상을 당하면 나머지 2인은 하산하여 부족한 부분, 삽을 가진 사람이 죽으면 삽을 지참한 사람을 보충하고, 소총수가 죽으면 소총수를 보충하여 다시 3인조를 만들어 먼저와 같은 방법으로 재공격한다.


위와 같은 상황을 듣고 난 후 공격대비 계획을 세우고 진지를 보강하였다.


◇ 제3절 적 공격의 대비


사단은 즉각 대응키 위하여 공군지원을 받아 평강 저수지를 적의 공격이 시작되기 이전에 폭파하여 먼저 물을 빼려고 여러 차례 폭격을 감행하였으나 너무 견고하여 폭파하지 못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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