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장 제1절 포로를 잡기 위한 공격 ▲ 김성래 (대신면 율촌리)
전투가 끝난 후 수색대가 공격지점으로 가보니 공격 중에 전사한 소대장 시신이 담가(擔架)에 안치되어 흰 천으로 곱게 덮여 있었다. 적은 너희 소대장이 전사하였는데 너희는 그대로 방치할 것이냐. 적어도 우리 공산군은 너희처럼 치사한 군인이 아니다 라며 인민군이 국군보다 더 인간적이라는 고도의 심리전인 것이다.
그렇다고 쉽게 동요할 우리가 아니다. 그들의 기만전술에 속아본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우리 대대는 시신을 인도하기 위하여 전방과 측면을 경계하면서 다시 그 지역으로 들어가 소대장 시신을 후방으로 옮긴 뒤 철수 하였다.
◇ 제 2 절 낙타고지 전초진지 근무
연대로부터 인원을 충원 받고 예비대로서 교육에 임하며 다음 명령을 기다리던 중 오성산 좌측에 낙타고지가 우리 연대 전초진지가 되었다. 주저항선으로 부터 약 2, 3km 떨어져 적진지 부근에 있는 외딴 산이다. 이곳을 점령하면 우리 연대가 앞 평야지대를 장악할 수 있었다.
우리 중대는 예비대 교육 중에 전방 낙타고지 전초 중대와 교대하라는 대대로부터 명을 받아 다음날 새벽, 전초중대로서 교대하려 몇 시간 행군 끝에 그 곳에 다다르니 교대할 중대가 떠날 짐을 꾸리고 있었다. 이곳은 국군이 주둔하기 이전에는 미군의 전초진지이었다. 그러니까 우리 연대가 미군과 교대하고부터 우리가 이곳 전초진지를 맡게 된 셈이다. 일일이 개인초소를 찾아 교대를 시키고, 나는 7중대 2소대 2분대 부분대장이라 BR자동소총사수인 김금동 일병과 최전방 앞, 가파른 곳에 배치되어 하룻밤 근무를 하고나니 겨울이라 바닥이 몹시 찼다.
아침이 되어 몸을 움직이며 서로 쳐다보다 깜짝 놀라 다시 보니 BR자동소총 김금동 사수의 입이 돌아가 있었다. 구안와사 이다. 소대로 연락하여 후송하고 사단 의무대로 보냈다. 그는 집이 마산이라 하였다.
후송 후, 다른 사수를 충원 받아 며칠 근무 중인데, 밤늦게 갑자기 전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며 박격포 소리가 들려왔다. 적군이 우리의 전초진지를 공격하기 위한 사격이었다, 그들은 꼭 요란한 기구를 이용해 우리의 사기를 떨어뜨리곤 하였다.
앞은 절벽이요, 눈이 얼어붙어 미끄러워 오를 수가 없자 적은 산 앞면 경사가 완만한 초소 정문을 택하여 새벽녘에 우리 진지로 진입 한 것이다. 이것도 모르고 후사면에 배치된 우리는, 옆 초소가 적이다 하는데 적은 이미 우리 진지에 들어와 전초진지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우리는 패전 위기에 놓였다.
나는 옆 초소 전우와 같이 적진 쪽 산비탈을 내려 달리며 대전중대를 찾기 위하여 낙타고지 쪽으로 가니 중대원이 집결되어 인원 파악을 하고 있었다. 중대장 지휘 아래 전초진지를 공격하기 위하여 낙타고지에 다다르니, 적은 소수의 병력만 남기고 철수한 후라 힘들이지 않고 고지를 점령 하였다. 전초 중대로서 임무를 수행 하는데 얼마 후 다른 중대와 교대하여 예비대 진지로 오니 내 집에 돌아온 기분이었다.
철원 동쪽부근에 주둔하고 있는 미 탱크 부대는 적을 포로로 잡기 위하여 오성산 밑까지 들어가 포격하며 적군을 유도하면 겁도 없이 탱크에 올라 타, 수류탄을 넣으려한다. 그러면 탱크가 위 포신을 돌리면 떨어질까 봐, 탱크 상단을 붙잡고 매달리면 후퇴하여 돌아와 뚜껑을 열고 체포하여 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1952년 9월에 이동하여 우리 대대가 주둔한 곳은 철원 시내 뒤편이었다. 여기서 분대장은 전출되어가고 나는 1952년 9월 분대장으로 임명되어 이등중사 ― 병장으로 진급되어 근무 중이다.
철원평야를 지나, 백마고지 뒤 우측에 500m고지인 천덕산이 있다. 이 고지를 공격 하려고 우리 연대는 새벽에 철원 앞, 평야를 지나 산 가까이 가니 적이 미리 알고 우리 쪽으로 포탄을 퍼부었다.
우리 중대는 개인호를 파고 대피하려 하였으나 때는 늦어 많은 사상자를 냈다. 연대는 그 벌판에서 너무 많은 희생자가 나자 더 이상 진격하지 못하고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돌아오는데 다른 대대에서는 얼마나 희생자가 많이 났는지 트럭에 부상자와 전사자가 가득 깔려 있었다. 우리 중대는 주둔지로 돌아와 예비대로서 휴식과 교육에 임하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갑자기 이동명령이 내려 먼저 근무하던 백마고지 로 이동하게 되었는데 백마고지 좌측 능선하단이다. 여기서 한 병사가 배가 고파 근무지 앞, 콩밭에 콩을 뽑으러 갔다가 개인 지뢰를 밟아 발목이 떨어져 나가기도 한 곳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