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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래의 6.25 참전 수기-잠들면 죽어!-⑬

김성래의 6.25 참전 수기-잠들면 죽어!-⑬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5.08.2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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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래(대신면 율촌리)
■ 제 4 장 동부에서 중부 전선


며칠 후 드디어 배는 움직이기 시작해 의주항을 출발했다. 항해도중 해상경비정의 수색을 받았으나 들키지 않고 국경선을 넘었다. 선장이 내려와 드럼통을 제쳐 놓으며 선창까지 데리고 가 말했다.


“이제 당신은 살았소!”


선박에 인민군 기를 내리고 태극기를 게양하는데 가슴이 찡해오며 눈물이 마구 쏟아졌다.


이렇게 인천항에 도착하니 광복군 조직원 몇 사람이 나와 마중해 주었다. 그들을 만나 탈출할 수 있게 도와준 북의 경비병이야기를 하니 그도 광복군 조직원이라 했다. 수감된 지 7개월,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이때를 잊지 않기 위하여 찍은 사진이 이것이다 하며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다른 부대와 교대하여 철원 우측, 미군이 주둔 하였던 지역으로 이동하였다. 이곳이 철의 삼각지대로 악명 높기로 유명한 곳이다. 철의 삼각지대란 철원, 금화, 평강, 세 곳을 꼭짓점으로 삼각형 모양을 이루어 철의 삼각지대라는 명칭이 붙어 작전상 유명한 지역으로 압록강으로 진격할 때도 꼭 이곳을 거쳐야한다. 이곳 우측에 오성산은 적의 진지다. 그 우측으로 유명하고 견고한 저격능선이 있다


이 오성산은 겹산이라 공군 폭격도 불가능한 곳이다. 우측 저격 능선쪽은 29연대가 배치되어 공격하고, 우리 연대는 적의 전초 진지인 해발 200m 정도 되는 고지로 작고 가파르며 이등변 삼각형 모양의 고지를 공격하게 되었다.


얼마나 중요한 고지인지 아군과 적군이 빼앗고 빼앗기며 수도 없이 많은 포탄을 퍼부어 산의 나무는 뿌리째 뽑혀나가 산자락은 포탄으로 들쑤셔져 먼지만 흩날려 발목까지 푹푹 빠졌다. 가파르고 이등변 삼각형으로 넓지도 않은 지역에 일 개 중대 병력이 전투를 벌였다면 전 지역이 군인들로 꽉 들어 찰 정도로 비좁은 지역이다.


우리 중대가 이곳을 공격 하려고 앞 계곡을 끼고 대기 중인데, 적으로부터 사격을 받아 은폐된 곳을 이용, 하산하여 공격을 감행, 재 빨리 목표지점인 건너편 산 하단에 도착하여 오르니 적의 박격포 사격이 시작 된다. 이제 우리들 고참병들은 많은 전투로 성숙되어 어지간한 직격탄은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격하는 고지는 뾰족한 산봉우리뿐 적은 산 뒤에 있어 보이지 않고, 이따금 박격포 소리를 듣고 소리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떨어지는 포탄을 이리 저리 피해가며 공격 중인데 앞서 가던 아군 방한복에 불이 붙어 타기도 하고, 전사한 시체는 수습할 엄두조차 내지 못 했다. 공격이 불가능하여 우리 중대도 철수하고 말았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 작은 곳을 무려 십여 개 중대가 공격을 하였으나 하나도 성공치 못하고 철수했다고 한다.


공격중대가 상봉까지 오르지만 능선이 칼날 같아 한 사람만 겨우 걸어 갈 수 있을 정도로 가파르고 앞은 적의 자동화기가 버티고 있어 접근하려야 접근할 수가 없는 곳이다.


이곳을 점령 해야만 앞산 오성산을 공격할 수 있고, 산 뒤 넓은 계곡이 한 눈에 들어와 오성산을 관측하기 좋기 때문에 작전상 중요 지역이다. 더구나 이 지점이 적에 전초진지이기 때문에 꼭 우리가 꼭 빼앗아야 할 곳이다. 이와 같이 중요한 곳을 점령하기 위하여 많은 병력을 투입 하였는데도 결국 포기하고 철수 하였다. 이제 우리 대대는 철원 시내 우측 오성산 앞에 진을 치고 처음으로 시행 되는 주저항선을 구축하였다. 평지인 전방으로 나아가 일직선으로 호를 파고 그 앞을 철조망으로 다음 대대 까지 연결 한다. 이 주저항선이 이루어지기전에 병력을 산 능선 봉우리마다 배치하여 거점 방어를 했다.


이 방어 작전으로 산 밑 마을 민간인들은 낮에는 아군편, 밤에는 인민군편으로 피곤한 생활을 일삼아 왔다. 주저항선이 설치된 후 이런 일은 다시 벌어지지 않아 민간인들이 편히 살 수 있었다.


주저항선 설치 후, 근무하기가 쉬워졌으며 적의 침투도 여의치 않아 낮에는 주위수색도 하고 앞 냇가에서 고기도 잡으며 한가롭게 근무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 밤에 갑자기 소총소리가 나, 나가보니 경계근무중인 신병이 손을 감싸고 주저앉아 있기에 왜 그러냐고 물으니 손만 들어 보인다. 손을 펴 보니 인지가 날아가고 없다. 어찌된 일이냐 물어도 대답을 않는다. 자기 손가락을 총구에 대고 방아쇠를 당겨 손가락을 자른 자해행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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