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진(시인, 전 미주한국문인협회장, 미국샌디에고 거주, 여주출신) |
둥 둥 둥
둥 둥 둥
북이 울린다.
마디마디
꺽이는 가락에
목이 메인
슬픈 민중.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으로
둥 둥 둥
둥 둥 둥
북이 울린다.
혼으로 외치는 간구에
하늘이 열리고
한(恨)으로 떠는
애통에
땅이 흐느낀다.
둥 둥 둥
둥 둥 둥
길 없는 천지를
소리 따라 나서는
망국의 설움
이었다 끊기고
끊겼다 이어지며
북이 울린다.
둥 둥 둥
둥 둥 둥
서천이
황혼으로 물드는 고향 벌
앗기고 밟히고
피멍이 들어 텅 비인
민중의 가슴 속에
북소리가 차오른다.
저 소리는
어디서 오는 가
저 광망은 어디서 솟는 가
36년의
아픈 사슬을 끊고
잘린 지맥에서
붉은 피 흐르는 소리
뜨거운 심장이 뛰는
맥박의 소리.
눈이 있어도 빛이 없고
귀가 있어도
입이 막혔던
적막강산
이 푸른 흙 가슴에
말뚝을 박던 놈은 누구냐
그것이 옳다던 역적들은 다
어디 갔느냐.
쌀 뒤지를 잃고
옥수수로 연명하며
한없이 울던 민중
내선일체를 외치던
병든 지성은 어디 있느냐.
성명을 빼앗기고
언어를 빼앗기고
선열들이 심어 준
민족혼마저 약탈당한
암흑의 36년!
비통의 36년!
절망의 36년!
그러나 보라!
천 지 인의
위대한 결합
우렁찬 합창.
하늘이 열리고
땅이 트이고
빛이 쏟아진
1945년 8월 15일
광복의 아침
우리 모두는
기뻐했다
용서했다
서로 얼싸안았다.
둥 둥 둥
둥 둥 둥
북이 울린다.
서러웠던
역사의 강물 위에
힘차게 흘러드는
창조의 물결
개혁의 물결
통일의 물결
부정도 버려라
부패도 버려라
사욕도 버려라
경천애인(敬天愛人)
홍익인간(弘益人間)의
거룩한 민족혼이
한강에서 대동강으로
줄기차게 굽이치는 이아침
둥 둥 둥
둥 둥 둥
인내천(人乃天)
광제창생(匡濟蒼生) 보국안민(輔國安民)의
피 끓는 목소리
북이 울리고 있다
북이 울리고 있다.
둥 둥 둥
둥 둥 둥
위대한 민중이여!
거룩한 백성이여!
조국의 영광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