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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래의 6.25 참전 수기-잠들면 죽어!-⑩

김성래의 6.25 참전 수기-잠들면 죽어!-⑩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5.08.0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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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래(대신면 율촌리)
■ 제 2 절 일개 군단이 후퇴하며


그 한 명이 전신주에 잠드는 바람에 우리는 주력 부대를 따르지 못하고 낙오되어 별도로 행군하는데 대열이 정지되었다. 쌍갈래 길이다. 어느 한 쪽을 택해야만 한다.


어느 한 쪽은 반드시 죽음이 매복된 것이 분명해 선뜻 택하지 못하고 있는데, 우측에서 총소리가 들려 왔다. 좌측으로 후퇴하였다. 우측의 총소리는 우리 수색대가 퇴로를 찾기 위해 갔기 때문에 총성이 난 것이 확실하므로.


퇴로를 찾아 인솔하는 선발대는 어디로 갔는지 알지도 못하고 우리는 장교들이 이끄는 대로 계속 따르기만 하여 산 넘고 물을 건너 다시 며칠을 걸어 도착한 곳은 하진부(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하진부리).


이미 다른 병력이 도착해 있었고, 우리 병력은 보이지 않는다. 분대원 각자가 분산되어 각기 먹을 것을 찾아 굶주림을 달래려 헤매는 거지 신세가 되고만 것이다.


남하 하던 많은 병사가 후퇴 하지 못해, 적에게 포로로 잡혀가기도 했다. 후퇴 중 대대에서 같이 근무하던 나의 친구, 이△△ 하사—상병도 호 속에 숨었다가 인민군에게 발각되어 포로가 되어 인민군 지휘소로 끌려가 심사를 받는데, 인민군 군관이 이것저것 물으며 이곳에 남아, 우리와 같이 있겠는가하고 물어, 나는 집에 가고 싶다고 하였다한다.


심사관은 정말가고 싶냐하기에 가겠다하며 이왕 이곳에 있어도 생사를 측량할 수 없으니 죽으나 사나, 죽을 각오로 간다하였다.


그 심사관은 그러면 보내 주마하며, 통행증을 발급하여주며 이것을 가지고 가면 무사히 빠져 나갈 것이라 하기에 그 증명서를 가지고 겨우 적진을 빠져나왔다고 한다. 우리 대대 장교를 포함한 일행과 나의 친구, 탁하사—상병도 적의 포로가 되었다고 한다.


다음은 포로가 되었다가 구사일생으로 탈출한 탁하사의 이야기이다.


포로로 끌려가던 중 적진지에서 이상한 일이 발생 하였다. 인민군 상사 한 명이 우리 장교를 보고 저 장교는 계급이 무엇이냐고 물어 소대장이라 하니, 그 상사는 믿지 않고 확실히 알려 달라고 해, 왜 그러냐고 물으니 자기가 국군의 전신인 경비대에 입대 하여 6 . 25 전쟁이 나, 적의 포로가 되어 여기까지 왔다.


저 장교는 내가 경비대 일등병 시절에 우리 소대장 같으니 지금은 소대장 정도가 아니고, 고위급 장교일 것이라고 하면서 한 번 만나기를 청한다고 했다. 알고 보니 정말 고위급 장교였다.


수차례 만나자고 하여 그 장교에게 이 사실을 알려 상사와 다시 만나 이야기하니 ‘자기는 인민군 소대병력을 데리고 귀순하려 한다. 인민군 지역은 자기가 맡는다.


국군지역은 당신들이 맡아라.’ 그렇게 인민군 소대병력과 국군 포로병이 동시에 탈출하는 작전이다. 탈출 계획을 세워 날짜를 정하여, 그 상사의 지휘 하에 인민군 전초진지까지 나와 아군 쪽으로 빠져 나왔다. 요행이 우리가 늦게 후퇴하는 바람에 쉽게 찾아 올수 있었다고 한다.


탁 하사 일행은 원대복귀하고 같이 나온 인민군과 상사는 수용소로 이송 하였다. 이렇게 포로가 되었던 탁 하사 일행이 복귀되어 어느 정도 병력이 모이자 대대장 지휘 하에 잔류병 몇 십 명을 모아 사주경계를 위하여 몇 곳 산봉우리에 배치하고 야간근무를 마치고 하산하니 다시 이동해야 한다고 많은 병력을 집결시켜 평창 쪽으로 야간행군이 시작 되었다.


사단 수색대는 선두에서 전방 수색을 하다 적과 교전도 여러 차례 하였다. 외딴집에서 중공군 몇 명을 포로로 잡아 조사해 보니 적의 주력부대는 좌측 박지산(강원도 평창군 수항리 소재) 쪽으로 갔다고 한다.


진부에서 평창으로 가는 길은 험준한 산으로, 밤새워 행군하여 날이 밝아 도착한 산 고개가 최후 저지선이라 하며, 부대배치가 이루어지고, 나는 어느 정도 군에 익숙하여져 상황판단도 가능하게 되었다.


그래서 배치된 곳이 고개 좌측 하단으로 적의 상황을 살필 수 없어 분대원 몇 사람과 꼭대기 능선 까지 올라가 경계를 하기로 하고 능선에 오르니 이미 파 놓은 개인호가 있어 우리 3인은 그 호를 이용 하였다.


해는 지고 밤이 되자 여기저기 사방팔방에서 적의 포탄이 수도 없이 떨어졌다. 달은 밝아 대낮 같은데 폭음과 소총 소리는 우측 능선에서 들릴 뿐 우리가 있는 곳은 조용하기만 하다. 그때 갑자기 한 전우가 나의 옆구리를 찌르며 좌측에 적이다 해, 돌아보니 인민군 칠, 팔 명이 팔뚝에 하얀 완장을 차고 불과 20m 되는 곳에서 올라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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