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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래의 6.25 참전 수기-잠들면 죽어!⑦

김성래의 6.25 참전 수기-잠들면 죽어!⑦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5.07.1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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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래(대신면 율촌리)
■ 제 1 절 매봉산 전투


다음날 여명을 기하여 공격을 개시하였다. 앞산이 매봉산(강원 인제군 서화면 서화리 소재)이며 그 앞은 북한강 상류로 물살이 빠르고 깊었다. 4월 중순이라 물은 차지 않아 비상식량을 가지고 소대별로 건너는데 개인별로는 건너지 못해, 여러 명이 어깨동무하고 조심조심 걸어 강을 건넜다.


적의 반응이 없어 매봉산 밑, 넓은 개활지를 수색해 보니, 집들은 타버렸고 벽에 M1 소총이 타고 총열만 가지런히 세워져 있는데 주위 숲속은 수많은 전우들의 시체로 덮여 있었다.


확인한바, 건너편 넓은 곳에 7사단 어느 연대가 집결 하고 있었는데, 인민군이 기습 사격 하자 피한다고 강 건너 편으로 피한 것이 오히려 더 많은 인민군의 총알을 마중나간 꼴이 된 것이다. 많은 시체가 부패하기 시작하며 퉁퉁 부어올라, 보기에도 끔직하였다. 여기서 나의 동네 친구인 이흥철 일병도 포로가 되어 본가(本家)에 실종 통보가 되어 부모님 애간장을 태웠다고 한다.


전우의 시체를 본 우리들 눈은 불이 켜졌다. 본격적인 매봉산 공격을 하는데 반응이 없다. 산 중간까지 가서야 교전이 시작 되었다. 이때 분대장은 팔로군 출신이라 산을 잘 탔고, 상황 판단이 빠르며 정확했다. 언제나 앞서 가다가 멈칫 정지하고, 전초(前哨)를 보내면 틀림없이 200m 이내에 적이 매복되어 있었다.

 

분대장의 교훈은 ‘항상 잘 알아서 행동하라’는 한 마디다. 그의 전쟁은 감각이다. 이론도 필요하고 경험도 좋지만 언제나 동물적 감각으로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그의 말이 전쟁에서 살아남는 최고의 교훈이었는지도 모른다.


공격 중에 먹는 것은 식사가 아니다. 공격개시 후 먹을 게 제대로 도착 되지도 않아, 피곤하여 먹히지도 않았지만, 아침밥이 저녁에, 저녁밥이 아침에 오거나 빠져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 밥 한번 지고 나서면 이틀이상 걸려 소대에 도착하는 실정일 만큼 워낙 산이 험준하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도착한 밥이요, 때를 거른 밥이건만 밥은 먹히지 않고 물만 찾았다.


물을 긷자면 계곡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계곡엔 인민군이 우굴 거리고 있으니 그도 쉬운 일이 아니다. 가까스로 인민군의 눈을 피해 계곡으로 내려가 길어온 물로 소대원들이 목을 적셔가며 소대장 지휘 하에 중대 최전방, 전초분대가 되어 적과 마주보고 공격을 하고 있었다.


밤이 되었다. 7부 능선으로 내려와 소대장이 야간 경계 배치를 하고나니, 갑자기 징과 꽹과리, 피리 소리가 요란하다. 밤이 깊으면 틀림없이 공격할 것이라며 각별히 주의를 주었다. 배치된 우리 소대는 각기 개인호를 팠다.


호 속에서 잔뜩 긴장하여 사주경계 중인데, 밤이 깊어지자 적의 공격이 시작 되었다. 우리 소대와 적이 어우러져 육박전이 벌어지는데 캄캄한 밤이라 누가누구인지 분간하지 못 할 지경 이었다. 정신없이 싸우다보니, 어느덧 새벽이 되어 적이 퇴각하고 우리 소대는 능선으로 모이기 시작하였다.


분대원 몇 명이 없다. 날이 밝아 우리가 배치 되였던 곳을 살펴보니 호 속에서 맨머리의 군인 하나가 적진지 쪽으로 도망가려 한다. 이를 본 우리는 적이다 하며 사격을 하고나서 호를 살펴보니, 총 끝이 M1 소총 이다. 한 분대원이 그 와중에서도 잠을 자다가 잠결에 철모도 안 쓰고 적진지를 아군 쪽으로 잘못알고 도망치다 죽은 것이다.


우리가 우리 분대원을 사살했다는 양심의 가책으로 사기가 떨어져 침통한데 소대장이 잘 싸워준 소대원들을 위로하면서 말했다.


“이것도 자기운명이지 누구를 탓할 일도 못된다. 아무리 고단해도 그렇지 생사가 걸린 상황에 잠을 잘 수 있는가?”


그리고 다음 작전을 지시한다.


우리 현 위치는 적과에 거리 2300m. 매봉산에서 내려온 산잔등치곤조금 큰 능선이다. 적의 자동화기가 배치되어 있는 곳은 시야가 훤히 트였다. 적의 화기는 인민군이 자랑하는 수랭식(水冷式) 기관총이다. 수랭식 기관총은 총열을 싼 물통의 물로 총열을 식히기 때문에 오래 사용하여도 사정거리가 멀고 정확도가 떨어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 그 자동화기인 수랭식 기관총 하나 때문에 더 이상 진격을 못하는데, 반대편 능선에서 제3대대가 공격한 적군이 허물어지자 우리도 온 힘을 다 하여 재공격 끝에 그 진지를 점령하고 사수인 인민군을 생포 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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