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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래의 6.25 참전 수기-잠들면 죽어!⑤

김성래의 6.25 참전 수기-잠들면 죽어!⑤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5.06.2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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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래(대신면 율촌리)
■ 제3장 군인이 되면서


걷고 또 걸어 경산에 도착하니, 관공서에서 나와 민가를 숙소로 지정해 주어 저녁이라도 잘 먹으려고 쇠고기 통조림을 사가지고 가, 주인아주머니에게 음식을 부탁했다.


저녁이 나와 먹으려니 쇠고기 통조림에 콩잎을 넣어 국을 끓였는데 처음 먹는 콩잎이라 입안이 깔깔하여 먹을 수가 없었다. 주인이 세상을 떠나 어제 장사를 지낸 상(喪)중이라 주인도 정신없는 와중에 우리를 맞아들인 것이다. 그래도 정성껏 장만한 음식이리라. 다음날 아침 밥상을 들고 들어와 집안에 일이 있어 소홀해 죄송하다는 인사까지 했다.


시내에 나가 입영 모집 벽보를 보고, 경산 초등학교에 가서 지원하였다. 경산 초등학교에 입영할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장교와 하사관이 정렬시키며 신체검사를 하는데 팔다리 운동 한두 가지하고 합격이다. 합격하자마자 소대 편성을 마치니 대구 제2훈련소 2중대 2소대다.

 

형은 딴 중대로 배치되고 우리 셋은 나와 탁종균, 김광홍은 같은 소대에서 본격적인 군 생활이 시작되었다. 선임하사가 내무반장이라며 내무생활 규칙을 교육하는데 아침 6시 기상, 저녁 10시 취침….


아침 식사 후 훈련병 교육장으로 인솔되어 신병 훈련을 받기 시작한지 일 개월 만에 훈련을 마치고 제2보충대로 가게 되었다. 여기서 형을 만났다. 반가 왔다. 서로 죽지 말고 살아서 다시 만나자하며 서로 부둥켜안았다.


제2보충대는 방직공장으로 엄청나게 건물이 컸다. 이렇게 큰 건물에서 며칠을 보내고 부대에 배치되었다. 아침을 먹고 트럭에 올라 하루 종일 달려 양안(兩岸)이 절벽인 골짜기사이에 작은 관사 몇 채가 우리 신병들을 맞아 주었다. 하차하니 해는 지고 어두운데 선임자가 나와 묻는다.


“점심식사는 했나!”

“못했습니다!”


“굶는 것도 군(軍)이다!”


막사로 인솔해 소대로 편성시키고 저녁을 먹게 했다. 식사 후 분대장이 주위 상황을 설명하는데, 이곳의 지명은 꼴드 바위라 하며 경상도와 강원도 경계지역이다. 야간 경비는 앞 산 경상도 땅에서 경계근무를 서야 한다하며 고참 일등병과 나. 둘이 경계근무를 하라며 M1 소총을 주었다. 나는 칼빈 소총으로 훈련받아 M1소총은 사용할 줄 모른다 하니, 분대장이 실탄장전과 안전장치 사용법을 몇 번 연습을 시키고 앞산 경계근무를 서게 한다.


아침이 되어 소대로 돌아와 행군훈련으로 집결했다. 중대장이 인솔하여 행군을 하는데 제각기 사물과 지급품을 개나리보따리처럼 싸서 어깨에 메고 걷고 뛰니 제대로 된 군인은 하나도 없었다. 이를 본 중대장이 이것도 군대냐 하며 기합도 여러 차례 주었다.


우리들은 배낭이라고는 말만 들었지 구경도 하지 못했으니 여지없이 괴나리봇짐 부대다. 이건 군대가 아니다. 일개 사병(私兵)이라도 우리들 보다 나았을 것이다. 그러나 훈련은 혹독했다. 그래서 항간에서 우리부대를 보고 ‘9사단 30연대’니, ‘중포중대 창설부대’라는 둥, ‘하사관 학교’라고 부르기도 하며 수많은 이름을 붙여 주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억측, 루머가 하염없이 맴돌았다.


훈련을 받으면서도 우리가 우리 부대 이름을 몰랐다. 훈련을 시키는 기간 사병들도 몰랐다. 하여튼 그렇게 훈련을 받았다. 훈련이 끝나고 나서야 우리 부대가 ‘30연대 보충대’라는 것을 알았다. 전시라 부대이름이 극비사항이었던 모양이다.


어느 날 차출된 병력과 함께 하사관 교육대라는 곳으로 보내어 졌다. 거기서 우리 세 명은 제대로 된, 군다운 훈련을 받는데 고달픈 나날의 고된 훈련이었다.


어느 날 정훈 시간에 중대장이 교육을 하면서 묻는다.


“교육이 정말 힘든가?”

“예!”

“알았다”


그리고 야간 순찰 중의 일화를 이야기를 해주었다.
 

순찰 중 외각 초소를 돌아 정문으로 가니 위병소 근무병이 암구호는 물론 이상 유무조차 하지 않는 거다. 왜 보고를 하지 않느냐 물어도 대답이 없어 가까이 가 보니 눈은 떴는데 코고는 소리가 나, 자세히 보니 눈꺼풀에 조그만 나뭇가지로 눈꺼풀을 고이고 자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마치고 다시 묻는다.
 

“정말 고단한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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