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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학년도 수능 문제 출제, 무엇이 문제인가?

2015학년도 수능 문제 출제, 무엇이 문제인가?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4.11.2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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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동수(본지 객원논설위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 11월24일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출제오류 논란을 빚은 생명과학Ⅱ 8번과 영어 25번의 복수 정답을 인정하면서 2년 연속 출제 오류와 함께 한 해 두 영역에서 두 문제가 오류가 나온 첫 번째 기록을 세웠다.
 

문항 출제의 전문성에서 최고라고 자부하는 평가원과 평가원을 믿었던 교육부로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자각했는지 일단은 평가원장의 자진 사퇴 카드로 이 문제를 봉합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교육부가 학교 현장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성을 강조하고 특히 평가 영역은 신뢰성을 더욱 강조하면서 평가에서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교원의 징계로 직접 이어지는 학교 현장을 감안하면 수험생의 인생을 농락하고 국민으로부터 교육 자체를 신뢰하지 못하도록 만든 이번 사태에서 평가원장의 자진 사퇴라는 처방은 너무 밋밋한 책임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오류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을 낳는다.
 

이번 문제 오류 사태는 수험생에게 과연 어떤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정상적인 대입 전략을 모색하기란 힘들 전망이다. 12년의 최선을 다해 노력한 수험생의 인생에 어떤 생채기를 낼지 심히 염려스럽다. 비단 문제 오류만 아니다.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평가의 본질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주먹구구식의 나태한 시험이라 생각한다.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라는 근간도 고려하지 않고 상대평가는 변별력을 담보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규칙을 무시한 시험이었다.
 

특히 자연 계열의 수학 문항은 A·B형이 유지되고 있는 현실임에도 30문항 중 1문항만 변별력을 가진 문항으로 출제하여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게 자신이 학습한 내용에서 나오면 맞을 수 있고 완벽하게 학습한 내용 요소가 아닐 경우 접근하기에 너무나 난해한 문제라는 점에서 노력보다 운을 중시하는 풍조를 인식시킬까 심히 염려스럽다. 절대평가일 경우에는 가능한 문제일 수 있으나 상대평가를 원칙으로 하는 이번 수학능력시험에서는 평가로서의 가치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다.
 

작년 세계지리의 문제 오류로 피해를 본 학생들이 내년 3월 정원외 입학을 통하여 구제하는 것과 별개로 정부를 상대로 현재 1인당 1000만원의 위자료 청구 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복수 정답 인정으로 등급이 하락하여 피해를 보는 학생들도 충분히 위자료 청구 소송 이루어질 전망이 높다. 그런데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 출제를 총괄한 당시 평가원장은 1년의 소송과 대입전형이 마무리된 후 성적 재산출이라는 초유의 혼란을 야기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임기 만료로 문제 출제 오류의 책임을 피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책임불감증의 분위기를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지금 평가원장의 사퇴는 많은 수험생에게 혼란을 가중시킨 책임의 소재가 불분명해지리라는 예상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수많은 수험생에게 학생들의 학습의 노력 정도를 평가해야 할 본질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노력이나 능력보다 운에 따라 인생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는 막대한 피해를 끼친 잘못에도 불구하고 책임이라는 것이 평가원장 사퇴라는 납득하기 힘든 책임 의식을 심어주는 것은 책임에 대한 청소년의 인식을 무력화시키지나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그리고 차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총괄하는 그 누군가도 선례에 따라 문제 출제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힘들지 않을까? ‘출제 오류가 발생하면 사퇴하면 그만이다’라는 마음가짐을 부추길 것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문제 출제 오류에 대한 대응도 못마땅하다.
 

작년 세계지리가 1년의 법적 대응을 하면서 소송 경비를 과연 누가 부담하고 있고, 혹 위자료가 확정되면 부담은 어떻게 할까? 국가의 세금으로 충당될 것은 자명하고 이런 상황에서 문제 출제에 관여한 개인이 책임감을 깨닫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평가는 교육에서 꽃이다. 아름다운 향기를 세상에 뿌릴 수험생이라는 꽃을 화려하게 가꾸지 못할망정 피기도 전에 꺾는 평가라면 아니함만도 못한 것이다.
 

현재의 제도가 상대평가를 기조라고 수험생에게 약속을 했다면 본질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처럼 문제를 출제하려면 최소한 수험생에게 절대평가라든가, 학업성취정도만 평가하는 시험이라는 것을 미리 예고해야 하는데 6월과 9월의 모의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변별력을 가진 문제를 출제할 것이라고 예고하고는 정작 단 1회의 기회에서 예고와는 상관없는 출제를 했다면 단순이 두 문제의 오류라는 사실로 끝나기엔 너무 큰 대가이다.
 

이번 기회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대학이 자신의 인재상에 부합하는 인재를 뽑을 수 있도록 모든 선발권을 대학에게 돌려주는 교육정책이 시급히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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