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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영의 지방정치 한마당】민심을 충실히 따르는 것만으로 평가를 받으면 좋겠습니다

【박재영의 지방정치 한마당】민심을 충실히 따르는 것만으로 평가를 받으면 좋겠습니다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4.10.3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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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영(여주시의회 의원)
새해 인사를 나눈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연말을 향해 치닫고 있는 듯합니다. 요즘은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좋은 순간 - 기쁜 만남 - 행복한 일상 등으로 연결되는 삶이라면 지금 맞고 있는 시간이 너무도 소중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시의원 ‘배지’를 달은 4개월이 순식간에 지나고 있습니다. 배지를 달기 위해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려왔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몰려드는 업무로 인해 가쁜 숨을 몰아쉬느라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 지역주민에게 얼굴도 자주 보여주지 못하는 귀한(?) 몸이 되었습니다. 어마어마하게 초청되어지는 행사에 들러리 의원이 되지 않으려고, 가려서 선택적으로 참여하지만 속된 말로 ‘행사에 끌려다니’는 것에 이제는 점점 지쳐가고 있습니다.
 

그 많은 행사를 쫓아다니면 정말로 공부할 시간적 여유가 없고, 솔직히 필요한 자료 한 번 살펴보기도 어려운 지경입니다. 행사를 주관하는 분들이야 힘없는 의원일지라도 자신들이 공들여 준비한 행사에 참여해서 빛이라도 내주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겠지만, 의원들은 지역에서 개최되는 행사가 너무 많아 의원 본연의 업무조차 수행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행사도 행사지만, 배지를 단 이후의 가장 큰 변화는 정신 못 차리게 밀려드는 경조사 초청장입니다. 정치인들은 법적으로 경조사비를 내지 못하도록 제한되어 있지만, 현실적으로 관행이든 관습이든 미풍양속으로 여겨지는 경조사비지출을 울며 겨자먹기일지라도 감당해야 하는 상태입니다.
 

저는 가남읍 출신이기에 하나의 마을처럼 되어버린 가남읍 전체의 경조사에 참여하면서 늘 너무도 버겁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낙선을 밥 먹듯이 해왔기에 가남읍 지역만 감당하는 것도 벅찬 상황이었는데, 지금은 지역구인 7개 읍면을 넘어 여주시 전체의 경조사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경조사비에 치이는 상황을 극복하고자, 법적으로 정치인의 경조사비 지출이 제한되어 있음을 상기해보는 순간, 선거운동기간에 경험했던 일이 곧바로 떠오릅니다.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는 계절에 선거운동을 하느라 지역을 다니던 중, 너무도 반가운 형님을 만났는데 ‘쌩하니’ 외면하는 모습에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다음날 일찍 그 형님댁을 방문하여 내용을 확인해본 결과, 큰 따님을 출가시키는데 가깝다고 생각했던 제가 참여하여 축의금을 내지 않아서 서운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답답한 마음이었지만, “아주 오랫동안 준비해온 선거이기에 당선을 위해 법적 금지를 깨뜨릴 용기가 없어 그랬다”고 이해를 부탁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경조사비를 낸 정치인은 당연히 처벌을 받지만, 정치인의 경조사비를 받은 사람도 받은 돈의 20배 이상의 과태료를 물어야 하는 사실은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웃을 수만도 없는 경험이 이제는 저의 목을 조이고 있습니다. 월 300만 원도 안되는 세비를 받고 있는데 경조사비에 치이면 결국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법적으로 경조사비를 내지 못하도록 되어있다는 것을 내세울 수만도 없는 것입니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결국 일할 능력이 있어도, ‘놀고 먹어도 될’ 정도의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은 의원될 생각을 아예 포기해야 하는 현실에 굴복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는 ‘경조사비에 허덕이다 의원직을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경조사비를 외면하고 의정활동에 충실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누구의 경조사에는 참여하고 누구의 경조사에는 참여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큰 원망을 초래할 것이기에 경조사에 대한 일관된 입장을 정리해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입니다. 깨끗하고 능력 있는 지역의 참된 일꾼을 만들기 위해서, 정치인으로부터 5만원 10만원의 경조사비를 거절하는 미덕이 만들어지기를 그리워지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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