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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통의 강계봉진막국수

40년 전통의 강계봉진막국수

  • 기자명 이장호 기자
  • 입력 2014.01.15 09:08
  • 수정 2022.11.2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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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스토리텔링 문화관광 랜드마크 만들 것

▲ 칼칼하고 매운맛이 일품인 비빔막국수

막국수의 주원료가 되는 메밀은 한여름에 기온이 낮은 지방에서 자란다. 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수확이 안 되는 곡물이라 주로 강원도에서 재배되고 있어 막국수로 유명한 지역은 단연 강원도 춘천과 봉평이다.
 

남한강 이포보 동남쪽에는 천서리 막국수촌이 있다. 현재 막국수를 파는 10여개의 식당이 성업 중에 있다. 사람들은 여주에 막국수촌이 있다는 것에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 천서리가 언제부터 막국수로 유명해졌을까? 또 여주시의 대표적인 지역 특산음식으로 자리 잡은 ‘천서리 막국수’를 처음으로 만든 사람은 누굴까?라는 의문이 든다.
 

외딴 시골마을이었던 대신면 천서리가 유명해진 것은 지금 고인이 된 강진형 선생의 강계봉진막국수집을 빼 놓을 수 없다. 지금은 큰아들인 강봉진 대표가 35년째 대를 이어가는 여주시 대신면 천서리 419-2번지의 강계봉진막국수집이 여주 천서리 막국수촌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천서리 막국수촌의 터줏대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강계봉진막국수집이 처음으로 문을 연 1970년대초 여주와 양평을 잇는 시골의 평범한 마을이었다.
 

당시 천서리의 점포라고는 농촌마을마다 있는 주점(酒店)이라고 불리는 막걸리집과 강진형 선생과 유영필 여사 부부가 운영하는 메밀묵집인 봉진식당 뿐 이었다. 먹고 살기에 모두가 급급했던 시절 이 마을에 들어온 고된 삶에 지친 가난한 부부가 택한 것은 고향의 기억을 더듬어 만든 메밀묵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소문은 빨리 퍼져나갔다.
 

 

▲ 담백한 맛의 편육


당시 눈이 허벅지까지 푹푹 쌓인 파사성(婆娑城)산을 다니던 꿩 사냥꾼들이 허리춤에 꿩을 매달고 찾아와 메밀묵을 먹던 시절이다. 포수들이 꿩을 잡아오면 꿩고기로 육수를 만들어 동치미와 수수옹심이, 국수도 삶아달라면 삶아줬다. 이렇게 메밀묵을 팔면서 손님들의 요청에 따라 국수도 삶아주고, 돼지고기 편육과 막국수를 팔다보니 어느새 천서리에 기가 막히게 맛있는 막국수집’으로 소문이 나면서 손님이 늘어났다.
 

 

강진형 선생과 유영필 여사가 운영하는 막국수집의 소문으로 막국수를 먹으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마을에는 막국수집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덧 10여년이 지난 1980년대부터 대신면 천서리는 막국수촌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다. 이포대교가 개통되기 전에는 이포나루에 천서리와 이포리를 오가는 배가 다녔는데, 봉진막국수집의 막국수 한 그릇을 먹기 위해 멀리 이천시에서도 차를 타고 이포리까지 와서 배를 타고 건너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런 공로를 인정한 경기도는 지난 2003년 한 가지 직업에 오랫동안 종사하며 전문성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최고의 경지에 오른 경기도민들을 선정하는 ‘경기으뜸이’의 칭호를 강진형 선생에게 부여했다. 경기도는 강진형 선생에 대해 “어려운 경제여건에서도 2대에 걸쳐 32여년간을 하루같이 천직으로 알고 직업의 귀천을 가리지 않은 소신으로 대를 이어 오면서 확고한 가치관을 정립한 직업인”이라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메밀묵으로 시작된 봉진식당은 본격적으로 막국수를 팔면서 봉진막국수로 이름을 바꾸고 2006년 강진형 선생은 고향인 평안북도 강계와 큰아들인 강봉진 대표의 이름에서 딴 강계봉진막국수로 이름을 바꾸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강계봉진막국수가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탄 것은 인근 군부대에서 복무한 장병들의 입소문 때문이다. 제대한 장병들이 고향에 돌아가서도 막국수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강계봉진막국수는 여주시 대신면 천서리를 대한민국의 유명한 막국수촌으로 만드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강진형 선생의 고향인 평안북도 강계 사람들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매우 다양한 음식들을 만들어 먹었는데, 그 하나가 메밀국수와 도토리 된장이다. 강진형 선생이 워낙 메밀국수를 좋아해 만들어 먹다가 손님들에게 팔기 시작한 강계봉진막국수집의 막국수는 국산메밀 95%에 고구마전분 5%를 넣어 반죽한 면을 사용하면서 면에 뜸을 들이는 과정을 거친다.
 

 

현재 천서리 막국수촌의 막국수 맛이 거의 비슷해졌다는 사람들도 원조격인 강계봉진막국수의 육수 맛은 조선간장과 청양고춧가루를 사용해 매운맛을 내는 양념장을 으뜸으로 꼽는다. 칼칼하고 매운 맛은 젊은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고향이 이북사람들에게는 고향의 맛을 전하고 있다.
 

 

강계봉진막국수는 지금 강봉진 대표가 대를 이어 영업을 하면서 맛이 바뀔 만도 한데 변함없이 40년 단골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이유는 강진형 선생의 고집 때문이다.
 

강 대표는 가격이 저렴한 재료를 사용하다 맛이 안 난다며 아버지에게 혼이 났다. 강진형 선생은 “식당은 저렴한 재료를 사용해 이익을 남기는게 아니라 손님들에게 최고의 맛을 대접하는 것”이라고 강 대표를 꾸짖었다. 이후 강 대표는 최고의 재료를 엄선해 지금의 맛을 이어가고 있다.
 

찾아가기에도 어려운 후미진 곳에 위치했지만 점심시간과 주말에는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변함없는 맛이다.
 


강봉진 대표는 “아침에 양평역에서 기차를 타고 영주에 가서 기름을 짜서 다시 돌아오는데 무척 힘들었어요. 두 다리사이에 기름병을 놓고 고무줄로 묶고 앉아왔다”며 “어린애가 혼자서 기차를 타고오니 누가 먹을 것을 줘도 무서워서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계봉진막국수가 메밀만큼이나 중요하게 챙기는 것은 ‘장 맛’이다. 지금도 아침마다 유영필 여사가 꼭 직접 나서서 챙기는 양념장 맛과 국물 맛의 비결은 어려서부터 집안일을 도우며 곁에서 지켜본 아들 강봉진 대표가 이어받았다.
 

지금은 가스로 하지만 옛날엔 산에 가서 나무를 베어다가 일일이 군불로 막국수를 끓여냈다. 당시 가장 힘든 것은 메밀 반죽이다. 요즘은 기계로 하지만 그때만 해도 일일이 뜨거운 물에 손을 데어가며 손으로 반죽을 하니까 웬만하면 힘들어 포기했다. 새벽마다 군불을 직접 때고 계란도 일일이 삶아 내던 강진형 선생의 뒤를 잇고 있는 강봉진 대표는 “어린시절 아버님을 떠 올리면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국수기계에 매달려 계시던 것이 생각난다”며 “인근 부대의 군인들이 회식을 오면 마음이 급하니까 군인들이 국수기계에 매달려 대신 국수를 뽑아주던 때도 많았다”고 한다.
 

남한강 이포나루를 지나는 뱃사공들의 쉼터였던 대신면 천서리 주막거리는 이제 막걸리 대신 강계봉진막국수의 시원한 막국수로 사람들의 입맛을 유혹하고 있다.
 

 

▲ 강봉진 대표와 유영필 여사


지금 부친 강진형 선생의 뒤를 이어 강계봉진막국수의 맛을 이어가는 강봉진 대표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그것은 부친의 삶과 천서리 최초의 막국수집인 강계봉진막국수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함으로서, 여주를 바꾼 강계봉진막국수의 이야기를 나누는 사료관을 만드는 것이다.
 

 

강진형 선생에 의해 여주의 새로운 향토음식으로 자리매김한 막국수를 테마로 메밀에 관한 정보부터 전통식 막국수 만들기 체험과 강계봉진막국수의 이야기를 여주의 새로운 스토리텔링 문화관광의 랜드마크로 만드는 것이다. 
 

 

※네비게이션으로 찾아오실때
☞여주시 천서1길 26(강계봉진막국수 ☎882-8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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