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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싣고 함께 달려요’

‘행복을 싣고 함께 달려요’

  • 기자명 /정은정기자
  • 입력 2004.11.2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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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김장은 하셨어요?” “그럼요.. 벌써 했지요” 언뜻 들으면 마실나온 동네 아주머니들의 대화 같지만, 김장했냐는 인사말이 전혀 낯설지 않은 이 곳은 아줌마 버스운전기사와 아줌마 승객이 너무나 반갑게 인사하는 (주)대원고속 경기75사 8005번 시내버스 안이다. 이런 거리낌없는 대화는 요금함에 ‘딸그락’하고 떨어지는 동전소리가 더 이상은 시끄러운 울림으로 느껴지지 않게 한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줌마로 살아도 행복하겠건만, 그 평범함을 거부하고 남정네들이 득실거리는 시내버스 운전기사로의 대열에 당당히 들어선 한상록(51·가남면 신해리)씨. 운전하는 일을 천직으로 생각하는 그는 버스운전을 하겠다고 결심한 것부터가 남달랐다. “예전엔 분당에 살았어요. 그때 여자기사분이 운전하는 걸 봤는데 너무 보기 좋더라구요. 그래서 처음부터 버스운전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면허를 땄고, 마을버스부터 운전하기 시작했지요. 물론 처음엔 가족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어요”라며 눈을 찡끗 감아댄다. 여주로 내려와 운전을 시작한지 만3년이 지났지만 기사들이나 승객들을 보면서 여주사람들은 참 좋다는걸 느꼈다는 한씨. 그가 운전하는 8005번 버스는 남다른 특별함이 무던히도 묻어나온다. 가장먼저 특이한 점은 여주에서 유일한 여자 운전기사라는 점이다. 항상 밝은 미소와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는 한씨는 눈가에 잡히는 주름걱정도 잊은지 오래다. 상대방이 인사를 하기 전에 먼저 건네는 인사 한마디는 어느 누구도 답례를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의 묘한 마력을 지녔다. 8005 버스의 또 다른 특별함은, 생생한 라이브 방송을 들을 수 있다는 것. 다른 버스안에서 들리는 일괄적인 음악이나 라디오 소리는 들을 수 없다. 그렇다고 그가 건네는 말 한마디, 안부인사에 싫은 내색을 보이는 사람도 전혀 없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라디오를 켜고 진행자나 게스트들이 말하는 좋은 이야기들을 기억해 두었다가 운전중에 이야기 해 드리니까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더라구요. 매일 같은 방송을 틀어주는 것보다는 자주타는 사람에게, 그리고 얼굴 아는 사람들에게 말 한마디 건네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그다. 그의 말이 끝나면 으레 터져나오는 박수소리는 버스안에서 너무나도 익숙한 분위기가 되어버렸고 “박수를 많이 치면 건강해 진대요”라고 곁들이는 한마디는 승객들로 하여금 웃음보를 터뜨리게도 한다. 또한 버스를 미처 타지못해 달려오는 승객을 위해 후진을 해주는 것마저도 한 명 한 명 소중한 고객으로 생각하는 한씨의 배려가 아닐까? 여주운행노선은 좁은 농로가 많아 위험하기도 하고 그래서 사고도 내지만,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기 싫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번도 없을 정도로 자신의 일에 상당한 자부심은 기본이요, 비록 크진 않지만 자신으로 하여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게 너무 보람된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친절을 베푸는 사람. 뭐든 마음먹고 실천한다면 누구나 웃으면서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용기있게 말 할 줄 아는 그는, 만 60세가 되면 정년이되어 떠나야 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그때까지 버스운전을 하고 싶다는 당찬 아줌마다. 기자가 버스에서 내리는 그 순간까지도 운전하랴, 안내방송하랴 분주해 보였지만 배려할 줄 아는 한상록씨의 아름다운 마음 때문이었을까? 내리는 이들을 바라보며 미소짓고 있는 그의 얼굴에 번지는 오후 햇살이 더욱 눈이 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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