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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 여주인물을 소개합니다

역사속 여주인물을 소개합니다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3.10.1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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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완 - 40

   
▲ 조성문(여주문화원 사무국장)
정사(正史)를 읽으면 팍팍한 느낌이 든다. 사적 감정이 극도로 자제된 채 사관에 의해 작성된 사실의 기록이기에 그렇다. 반면에 야사(野史)는 푸근한 인간미가 느껴진다. 민간에서 회자되던 풍속이나 전설들을 여과없이 적어 놓았기에 인간 삶의 애증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완이 무과에 급제하기전인 어느 춘삼월이었다. 사슴을 사냥하러 깊은 산중에 들어갔다가 계집종에게 고삐를 잡힌 채 나귀를 타고가는 여인을 만났다. 선녀를 방불케 하는 미인이어서 넋을 빼앗기고 만 이완이 얼떨결에 붙여본 수작이 다음과 같은 시 한수였다.
 

혼수홍장거(魂隨紅裝去) 혼은 붉은 옷 입은 그대를 따라가고
신독의산립(身獨倚山立) 빈 몸만 산에 서있도다
그러자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있던 여인이 답시를 읊조리는게 아닌가
여파의아중(驢跛疑我重) 나귀가 절뚝이는 것이 내가 무거워서인 줄 알았더니
첨기일인혼(添騎一人魂) 사람의 혼 하나가 더 타서 그랬구려
 

이에 이완은 또 한번 아연실색을 하였다. 그 여인은 원래 양가집 규수였으나 산적 두목에게 붙잡혀 지내는 처지였는데 이완이 산적 두목을 굴복시키고 여인을 구출하였다고 한다.
 

이야기는 계속된다.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뒤. 어영대장이 된 이완은 산적 두목에게서 구출한 여인 ‘안성댁’과 함께 한양에서 첩살림을 하고 있었다. 한 밤중에 청지기가 달려와서 입궐하라는 어명이 당도했음을 알렸다. 황급히 궁궐에 들어서니 사방에서 화살이 빗발치듯 날아왔다. 입궐하던 다른 중신들은 화살에 맞아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이완에게도 수많은 화살이 날아왔으나 관복 속에 미리 갑옷을 입었기에 몸에 맞아도 떨어지기만 하였다. 북벌에 골몰하고 있던 효종임금이 신하들의 정신상태를 확인하기 위하여 한밤중에 문무백관을 비상소집한 뒤 촉이 박히지 않은 화살을 쏘았던 까닭이다. 이완의 준비성에 감탄한 임금이 그날 밤부터 이완을 편전으로 불러들여 독대하고 북벌의 밀의를 나누었다고 한다. 이날 급박한 임금의 부름에 ‘대감, 야반에 어명이 내리었으니 심상치 않소이다. 무관이시니 언제나 군복을 입으시오.’하고 갑옷을 준비해 주던 사람이 바로 ‘안성댁’이었고.
 

여주시 상거동에 있는 이완의 신도비에 ‘ … 여러 의붓누이와 누이동생들이 가난하여 그들을 위로하고 그 친구들에게도 은혜와 의리를 더하며 아들과 조카들에게 널리 은혜를 베풀었으나 감히 공사에 관여하지 못하게 하였다. 사랑하는 소실도 사랑채에 감히 나오지 못하게 하였다.’는 기록이 보인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하는 소실을 ‘안성댁’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야사(野史)가 허구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니까 하는 말이다.
 

이완(李浣 1602~1674)의 본관은 경주(慶州). 자는 징지(澄之), 호는 매죽헌(梅竹軒). 인조때 이괄(이괄)의 난을 제압한 공으로 진무공신(振武功臣) 2등에 책록되고 계림부원군(鷄林府院君)에 봉해진 이수일(李守一)의 아들이다.
 

역사는 이완을 칼날같이 강직하고 유비무환의 태도를 견지한 조선후기의 대표적 명장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가 수어사(守禦使)로 있을 때 휘하의 문관이 죄를 지어 죽게 된 일이 있었는데 인선왕후를 통해 구명을 사청했으나 거절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의 집이 낙산밑에 인평대군의 집과 이웃해 있었는데 훈련대장으로 임명받자 바로 집을 옮겨 버렸다. 왜냐하면 높은 관직에 있으면서 왕족의 이웃에 산다는 것은 법도가 아니라는 그의 강직한 성품 때문이었다. ‘어영비영(御營非營)’이라는 말이 있다. 이완이 부임하기 전의 어영청(御營廳)은 군기가 빠져 ‘어영’이라 말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오늘날 군대에서 ‘어영부영’하지 말라는 말은 여기에서 유래되었다. 죽은 뒤에도 효종임금을 뵈오며 못다 한 북벌의 한을 고하려는 듯 이완의 무덤은 효종의 영릉(寧陵)으로부터 정남쪽에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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