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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자 천하지 애물단지 야!

농자 천하지 애물단지 야!

  • 기자명 편집국
  • 입력 2004.11.2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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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악놀이는 「농자천하지대본 야」(農者天下之大本 也)라는 깃발을 앞세운다. 농경사회에서는 농업을 천하의 근본으로 삼았다. 그런데 지금은 사정이 사뭇 달라져 수출상품이 최고의 대접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처럼 자원이 부족한 나라는 당연한 현상이지마는 자원이 풍부한 나라도 사정은 다를 바 없다. 다른 나라에 상품을 많이 팔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나라와 같은 자원이 빈약한 나라는 국제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수출을 늘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을 개방하고 자기 살을 깎는 고통을 감내하며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국제화라고 한다. 얼마 전 서울 도심에서는 쌀 시장 개방에 반대하는 대규모 농민집회가 열렸다. 쌀 시장 개방은 도시민들에게는 가격이 저렴한 농산물을 사먹을 수 있어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도시사람들도 우려하는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사실상 농산물시장을 100% 개방하지 않았다 하나 시장엘 나가보면 외국 농·수산물이 즐비하다. 생활용품점에도 역시 외국 상품이 가득하고 값도 저렴한 편이다. 그래도 외국상품보다는 우리 것을 찾는다. 그렇게 단속을 하여도 외국 것을 우리 상품인 것처럼 속여 파는 상인도 많이 생겨나고, 값싼 외국상품을 우리 것으로 알고 비싼 값에 잘못 산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다. 입동이 지나면서 본격적인 김장철을 맞았다. 시제를 지내려 왔던 인척 형님이 지난해 싼 중국산 배추로 김장을 담갔다가 못 먹었다고 하면서 금년에는 밭에서 직접 우리배추를 직접 사가야 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일요일 시장에서 김장용 배추를 사왔다. 헐값인 김장용 배추와 무를 사면서 농민들의 시름을 연상하여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이 사면서 옆에서 배추 값을 더 깎으려고 흥정하는 모습을 보고 「농자 천하지 애물단지 야」라는 말을 했다. 선거 때만 되면 출마자들은 농촌을 살리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진지하게 외쳐 대며 표 긁어 모으기에 혈안이 되다가 정작 당선이 된 후 당리당략에다 인기몰이에만 정신을 쏟고 있는 것 같다. 하기는 처음부터 실천에 자신이 없는 빈 약속을 이루어 낼 방법이 있을까 마는 그래도 일류대학을 나오고 고위직을 지낸 그들이기에 무슨 기발한 아이디어라도 있는가 싶어 믿어보았지만 또 헛 다리를 짚은 것 같다. 그들 생각 같아서는 농경지를 메워 공장이나 짓고 놀이시설을 만드는 것이 더 손쉬운 방법이고 콩고물이라도 떨어지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농경문화는 인류가 생존하는 한 같이 가야하는 것이고 아무리 과학이 발달되어 캡슐 하나로 영양분을 섭취하고 살아갈 수 있다 하여도 음식을 먹는 것은 단순히 영양을 채우기 위해서만은 아니기에 그 편을 택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빈집이 늘어가고 노인들이 힘겹게 농사일하는 모습을 보면 10년 후 농촌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대안이 없는 농업정책이나 정치권에서는 농업을 애물단지로 여기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농업을 되살리려는 시책을 추진하고는 있으나 근본적인 대책보다는 지방적인 의미만 있을 뿐이다. 지금 농촌은 설자리가 없다. 산소마스크를 쓰고 심장의 박동이 꺼져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환자신세가 된 농촌! 그곳에 사는 사람은 의욕보다는 기적이라도 생기기를 바라면서 살아가고 있다. 많은 농지를 가지고 있는 농민은 농지정책이라도 바뀌거나 인근에 땅값에 영향을 미치는 도시정책과 인프라라도 구축되기를 기대하지만, 벌써 몫 좋은 농지는 여유 있는 사람의 소유로 넘어갔다. 다행이 농사짓기가 힘들어져 임대료가 크게 줄어졌기에 망정이지 농촌은 지금처럼 모든 물자가 풍부하게 넘쳐나고 있는 문명사회에서도 못 쓰고, 못 놀고, 못 먹고, 못 입고, 못 배우며 사람의 도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겨우 연명하며 살아가고 있는 형편이다. 그 흔한 골프장 잔디를 밟아보지도 못하고, 양주에다 아리따운 아가씨의 술대접이라도 받아 볼 양 이면 완전 인격적인 차별대우를 받는 사회, 그래서 동네 구판장에서 김치 놓고 소주 한잔 곁들이는 것이 편하다고 한다. TV연속극을 보면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고 그래서 40이 넘도록 장가를 못 간 농촌 총각의 하소연에 기껏 배려한다는 것이 다른 나라 처녀와 인연 맺어주기란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고 말씨름만 하고 있는 정치인을 농민 눈에 진정한 국민의 선량이고 지도자로 바라볼 수 있을까? 국민을 표로만 바라보고 있는 정치인들 눈에 줄어들고 있는 농촌인구가 계륵(鷄肋)으로 보일지 몰라도 작금의 신물 나는 정치판 이야기를 전하는 TV뉴스가 역겨워 채널을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돌려야하는 농촌사람의 심정은 암울하기만 하고, 농촌이 이대로 무기력하게 정치인의 곶감 발림에 속수무책으로 놀아나고 (그렇게 많이 속아왔으면서도) 정치인은 으레 그러려니 하고 지금 이 농촌의 어려움을 나못난 탓으로만 돌려야 하는지, 그러니 도시로 몰려가 손자뻘 되는 전경과 맞서 몽둥이질을 하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할 수밖에 없는 저 농심을 정치인들은 알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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