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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 여주인물을 소개합니다

역사속 여주인물을 소개합니다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3.07.12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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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섬(慶暹)- 29

   
▲ 조성문(여주문화원 사무국장)
영의정 홍치중보다 100년 앞서서 일본에 통신사로 다녀온 여주사람이 있었다. 이름은 경섬. 1607년 정사(正使) 여우길(呂祐吉)과 함께 부사(副使)로서 임진왜란 후 첫 번째 사절로 일본에 건너가 국교를 다시 열고 임진왜란 때의 조선인 포로 1천340명을 데리고 돌아온 인물이다.
 

경섬이 남겨 두고 온 시문(詩文)이 지금도 일본 시즈오카현(靜岡縣) 청견사(淸見寺)에 현판으로 걸려 있다.
 

경섬(慶暹 1562∼1620) 본관은 청주(淸州). 자는 퇴부(退夫), 호는 삼휴자(三休子), 석촌(石村), 칠송(七松). 아버지는 헌납(獻納)을 지낸 경시성(慶時成)이다. 1590년 생원이 되었고 그해 증광시에서 병과로 급제하였다. 학문이 뛰어나 삼사의 요직을 두루 거치고 벼슬은 부제학과 호조참판에 이르렀다.
 

1597년 정유재란(丁酉再亂)이 일어나 일본이 20만명의 병력으로 조선을 침략했을 때 명나라가 다시 구원병을 보냈다. 이때 명나라 장수 양호(楊鎬)가 경략조선군무사(經略朝鮮軍務使)로서 참전하였는데 일본의 가등청정(加藤淸正)과 소서행장(小西行長)의 이간책에 휘말린 명나라가 양호를 탄핵하려 하였다. 전후사정을 간파한 조선은 이를 무마하기위해 진주사(陳奏使)를 긴급히 명나라로 파견하였고 이 사절단에 경섬이 서장관으로 동행하였다.
 

경섬은 1601년 영광군수로 임명을 받았다. 그 무렵 암행어사 이정험이 전라도일대를 두루살펴본 뒤 임금에게 복명하기를 “영광군수 경섬은 정사를 분명하게 하며 부역을 공평하게 하므로 아전들은 두려워하고 백성들은 흠모하여 칭송이 자자하니 호남에서 치적이 가장 뛰어납니다”하였다. 그해 7월 홍길동의 작가 허균(許筠)이 전운판관(轉運判官)에 제수되어 조운(漕運)을 감독하는 임무를 띠고 영광 법성창에 왔다가 경섬과 만났다. 경섬과 허균은 막역한 사이였다. 그때 광주(光州)에는 허균이 젊은 시절 서울에서 정을 주었던 기녀(妓女) 광산월(光山月)이 살고 있었다.
 

허균의 조관기행(漕官紀行)에 이때의 일이 자세히 기록되어있다. “8월5일(갑자) 새벽녘에 내기(箂妓)가 먼저 일어났다. 이상하게 생각했더니 과연 경퇴부(慶退夫)와 함께 나를 속일 계책을 세우고는 먼저 마두(馬頭; 역마를 맡아보는 사람)를 속여 ‘광산월이 사기원에서 묵고 아침에 군에 들어설 것이다’고 하였다. 마두는 광산월에게 말을 남겨둔 것을 보았으므로 그 말을 믿고 내게 와서 고하였다. 나는 마음 속에 깨닫는 바가 있어 ‘광주는 여기서 하루 걸리는 거리인데 그가 왜 중도에서 묵겠는가’ 하고 생각하였다. 세 사람은 늙고 추한 기생을 꾸며 가지고는 내가 정청에 나가는 틈을 이용하여 방에다 숨겨 놓았다.
 

얼마 뒤에 반인(伴人: 시중드는 사람)이 내 귀에 대고 ‘광인이 벌써 와서 방에 들었다’고 속삭이게 하고는 거짓으로 방안에서 절절하게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나는 경퇴부의 얼굴에 웃음을 참는 모습이 있는 것을 보고는 이미 짐작하였다. 퇴부는 ‘방에 들어가면 즐거운 일이 있을 것이니 다녀오지’ 한다. 아마도 내가 방에 들어가면 노기로 하여금 나를 끌어당겨 곤란하게 하여 웃음거리로 만들려는 모양이었다. 나는 굳이 사양하고 일어나지 않았다. 퇴부도 방에 들어가 문안하는 말을 극진히 늘어놓았다. 얼마 안 있어 점심 때가 되니 상을 차려 식사까지 대접하였다.
 

나는 반인을 불러 귓속말로 광산월이 오는 길목에 가서 광산월에게 길을 재촉하라고 일렀다. 해가 어스름해지자 과연 당도하였는데 고운 화장과 아름다운 옷을 입고 들어오니 함께 있던 사람이 모두 멍하니 쳐다보았다. 경퇴부는 그의 계책이 성공하지 못한 것을 분해하고 내기도 불만스러워하는 모양이어서 웃음이 나왔다. 이어 술과 풍악으로 즐거움을 다하고 사고(四鼓: 새벽 2시~4시)에야 겨우 잠자리에 들었다. 두 기녀도 모두 머물렀다” 경섬의 묘는 흥천면 상백리(上白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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