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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모를 때가 더 큰 危機

위기를 모를 때가 더 큰 危機

  • 기자명 편집국
  • 입력 2004.11.1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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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chaos)는 혼돈에 의미를 포함한 질서없는 뒤죽박죽의 상태에서 장래 예측이 불가능한 현상과 무질서하게 보이는 복잡한 현상의 깊숙한 곳에 정연한 질서가 존재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제3의 이론이다. 세상을 다 알고사는 사람은 없다. 내일의 일기도 정확히 모르고 사는 것이 사람이며, 언제 죽을지도 모르고 사는 것이 사람이다. 물론 되는 일도 정확히 알고, 안되는 일도 정확히 알면 사는 재미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는 요즈음의 우리 주변을 보면 하루 하루 사는 소시민의 모습이 낭떠러지 끝에 서있는 기분이다. 일본 시즈오카대학이 지난달 ‘자국과 주변국에 대한 인식조사’에서 약42%의 서울시민이 “다시 태어나도 한국에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응답을 했으며, 미국의 뉴스위크지는 ‘대탈출(Exodus)’이라는 표현으로 부유층들이 재산을 싸들고 한국을 떠나고 있다는 보도를 했었다. 특히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금년도 세계각국의 국가경쟁력보고서에서는 무너져 내리는 한국의 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민간기업들이 주도해 온 정보통신분야를 제외하고 정부정책의 일관성, 공공분야의 경쟁력, 정치인의 신뢰도, 의회의 효율성, 부정부패청렴도, 거시경제환경, 사법부의 독립성, 노사협력관계, 여성인력활용도, 근무성실도 등 104개 나라의 조사대상국 중 최하위권으로 대부분이 맴돌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으며, 지난해보다도 11단계나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관성 없는 정부정책과 비효율적인 정부, 불안한 노사관계, 경쟁력없는 공공분야, 불법정치자금 만연, 기업하기 힘든 나라 등 그 동안 누적된 잘못들의 필연적 결과이며, 문제점을 도려내지 못할 경우 미래의 경쟁력 순위는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한국의 국가 경쟁력을 지적하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정신을 바짝차려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야 할 터인데 모두 태연한 채 걱정하는 이가 없고 오불관언이다. 위기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 더 큰 위기가 아닐 수 없다. 다른 나라들은 저만치 달려나가고 있는데, 우리는 지금 우리들끼리 뭉그적거리고 주저앉아서 폭력적인 언어로 국력을 소모하고 있다. 당신의 목소리는 들어 줄 수 없어도 내 목소리에는 상관하지 말라는 식인가? 목소리 큰 것과 말이 거칠어지는 것은 다르다. 세상이 거칠면 말도 거칠어 질 수 밖에 없으며, 거친 말은 세상사회를 더욱 거칠게 만들 뿐이다. 우둔한 자의 가장 허약한 약점은 자기 혓바닥을 스스로 억제하지 못하는 것이며, 가장 현명한 것은 자기능력 만큼 분수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다. 썩은 나무에는 아름다운 조각을 할 수가 없다. 한 알의 작은 도토리가 먼 훗날 아름드리 떡갈나무가 되지만, 아무리 큰 나무도 좀벌레가 계속 먹으면 부러지게 마련이다. 과거에 얽매이고 현재에 우왕좌왕하며 미래를 볼 줄 모르면 희망이 없다. 새마을운동이 이제와서 장기집권의 수단으로 평가되고, 천리마운동이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커다란 역할을 한 것으로 회자하면, 달걀이 먼저인지 병아리가 먼저인지 알 수가 없다. 자기 상사인 시장님을 개에 비유해서 끌고다니는 공무원 노조원들이 점심시간 태업으로 중식시간에 민원을 거부하면 국민의 공복은 누가 하나. 공산당이 싫어요의 공비만행이 왜곡되고, 초등학생들이 담임선생님을 경찰에 신고하고, 시험이 싫어 시험지를 태우기 위해 교무실에 화염병을 던지면 이 사회는 어디로 가자는 것인가. 온 나라가 위에서 아래까지 인륜이고 뭐고 없이 막가보자는 세상이 돼 버린 느낌이다. 민심이 천심인데 초점없는 싸늘한 눈초리가 무섭다. 단돈 일원짜리 동전의 경제적 가치를 무시하고, 차량 10부제조차도 지켜지지 않는 무딘 감정과 위기를 느끼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에서 더 큰 위기를 느끼게 된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 가는 전화위복의 슬기로운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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