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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철 전통제철 도검장

이은철 전통제철 도검장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2.11.2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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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간 단절됐던 전통야철기법 완성시킨 장인”

   
 

오늘날 현대제철로 만들어지고 있는 전통검을 과연 문화재적 가치, 공예적인 가치로 보았을 때 진정한 의미의 한국전통검으로 볼 수 있을까?
이은철 도검장은 단호히 ‘아니다’라고 답 한다.
우리나라 전통야철제련법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은철 도검장은 전통방식으로 칼을 만드는 기술과 원천재료를 얻기 위한 사투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 삼국시대의 제철방식의 도검을 복원하게 된다. 철, 칼과 함께 살아온 이은철 도검장.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통방식으로 도검을 제작하는 이은철 도검장을 만나 단절된 전통 도검복원에 성공하기까지 그의 삶과 노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편집자주]


-이은철 도검장과 칼의 만남

어린시절부터 예술적 감각이 뛰어났던 이은철 도검장(55)은 전통방식 그대로 전통검을 만들고 있는 장인이다.
 

충청남도 당진에서 태어난 이은철 도검장은 어린시절부터 그림 등 미술 관련분야에 뛰어난 소질을 보였다.
 

특히, 새로이 집을 짓고 이사를 하면서 남은 공사자재를 갖고 이것저것 만들기도 하고 집 곳곳에 그림을 그려 넣는 등 주위의 모든 것이 그에게는 미술재료가 됐다.
 

그러던 중 마을 주민들이 준비한 연극을 보면서 그의 인생이 바뀌기 시작했다.
 

호동왕자라는 연극을 준비하는 작은아버지 이정하씨가 직접 목도(木刀)를 만드는 모습에서 이상한 이끌림이 있었다고 한다.
 

이은철 도검장은 “그때는 보통의 남자아이들이 동경하는 일반적인 칼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부터 칼과의 인연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당시 남자아이로서 당연한 이끌림이라고 생각한 그는 화가가 되기 위해 열심히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1980년 미술전문지인 ‘계관미술’이란 잡지를 보게 되면서 전통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났다.
 

잡지에는 현재 은장도의 모습과 현실에 대한 냉철한 비판의 내용이 실려 있었다. 현재의 은장도는 겉모습만 화려하게 치장하는데 비중을 두고, 정작 칼의 생명 검신을 만드는 철에 대한 연구는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때 이은철 도검장은 우리나라 전통야철 제련법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전통방식으로 칼을 만드는 기술과 원천재료를 얻기 위한 사투에 들어갔다.


-단절된 전통 도검복원에 성공하기까지

우리나라 전통의 제련기법을 찾아내겠다는 일념으로 25년동안 실패에 실패를 거듭한 끝에 결국 100여년간 단절됐던 전통야철기법을 완성시킨 장본인이다. 끝내 이루고 말겠다는 옹고집은 그의 손에 칼에 베인 수많은 상처를 남겼다.
 

이은철 도검장은 1984년 본격적으로 전통검을 만들기 위한 외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당시 그는 집 근처 대장간을 드나들며 익혔던 쇠를 두드려 칼을 만드는 단순한 기술이 있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전통검을 복원하기 위한 원천재료 연구에 들어갔다.
 

그러나 당시 대장간에서 50여년 이상 일 해온 장인들조차도 전통방식으로 철을 뽑아내는 기술을 알지 못했다.
 

쇠의 재료 갖고 주조하는 기술만 남아 있을 뿐, 원광석에서 철을 만들어내는 전통제련기법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1918년 서양의 근대적 제철법이 들어오면서 전통 철을 뽑아내는 방법을 고수한 장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이은철 도검장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철을 생산하는 방법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철과 관련된 다양한 국내서적을 읽은 것을 물론 공학, 기술사, 외국서적까지 읽어가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철에 매달렸다.
 

그는 전국의 대장간을 돌아다녀 봐도 전통철을 만드는 방법을 얻을 수 없었다. 이렇게 연구에 매진하던 그는 1995년 북내면 상교리로 작업장을 옮겨 정착했다.
 

도자기를 굽는 방식과 철을 생산하는 모습과의 유사성을 발견한 그는 도자기의 고장 여주가 환경적으로 연구에 힘을 실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에 이주를 결심했고, 여주의 흙이 철을 생산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용광로를 만드는 흙으로는 최적이었다.
 

하지만 이주 후에도 전통철의 원료를 뽑아내는 연구는 거듭된 실패로 제자리걸음이었다.
 

그는 꼭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안고 연구를 했을 때 실패로 돌아 올 때마다 정신적 스트레스는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 하지만 좋은 결과를 기대하면서 연구를 계속해 왔다.
 

그의 성공가도는 2000년 ‘철박물관’을 만나면서 그의 연구에도 박차가 가해지기 시작했다.
 

충청북도 음성군에 위치한 철박물관은 철을 소재로 ‘인류역사와 철문화’라는 주제로 운영되고 있다.
 

당시 개관을 앞두고 전통제철 복원을 위한 실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때 이은철 도검장을 알게 된 철박물관 관계자가 먼저 이 작업을 함께 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17년 동안 홀로 연구를 계속해온 그는 이때부터 많은 학자들과 접촉하면서 전문화된 지식을 습득하고 2년 동안의 준비기간을 거쳐 2002년 드디어 전통제철 복원실험을 성공하게 된다.
 

처음에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많은 사람들은 전통적인 재료를 얻고 칼을 만드는 기술로 재현된 복원실험 결과 삼국시대 사용했던 검과 같은 성분의 검을 만들어 낸 것이다. 드디어 그의 고단했던 노력이 결과로 나타난 순간이었다.


-문화산업 발전의 한몫

이은철 도검장은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005년부터 현재까지 김해, 가야, 공주 등 타 지역에서 전통제철 시연·체험행사를 열어 관광객들에게 전통문화를 알리고 있다. 또한 지역의 각종 축제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도검장은 축제에서 칼을 만드는 원재료를 뽑아내는 과정에서부터 완성되는 모습을 모두 보여줌으로써 관광객들에게 우리의 전통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도검장은 “힘든 과정 속에서도 이러한 좋은 결과물이 나올 것 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즐겁게 작업하고 일할 수 있다”며 “이러한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주위에서 관심을 가지고 힘을 실어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

그는 이제 전통방식으로 철에 대한 원천 재료를 얻고, 칼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완벽히 습득했다.
 

이제는 전통방식으로 칼을 만들어 내는 것 이외에 전통적인 칼의 외형을 만들어내는 연구에 전념할 계획이다.
 

그래서 현재 칼의 장신구를 전통적인 방식을 이용해 하나하나 만들어 내고 있다. 그는 아직까지 작품을 팔아 본적이 없다. 다양한 작품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또한 내년에 열리는 여주도자기축제기간 중 여주박물관에서 작품 및 전통방식으로 도검을 제작하는 모습을 그대로 재연하고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역 주민들에게 먼저 우리전통문화를 알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그의 가장 큰 계획은 박물관 건립이나 전시회 개최가 아니다. 다름 아닌 단절됐던 전통을 이어갈 제자를 양성하는 것이다.
 

그는 현재 제자양성을 위해 많은 구상을 하고 있다. 칼을 만드는 과정을 제철, 재질부분, 도검작도(칼을 만드는 것), 연마, 장식부분으로 세분화해서 각 부분마다의 전문가를 양성해 우리 전통문화를 계승해 나가갈 계획이다.
 

이은철 도검장은 “제자양성의 길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몇 번 제철기술을 배우겠다고 찾아온 제자들이 있었지만 힘든 작업의 연속을 버텨내는 젊은이들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지만 힘들게 찾은 전통문화를 잘 전승시켜 우리문화를 세계 속에 널리 알리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치며

현재 칼의 나라는 일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삼국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칼의 나라는 바로 한국이다. 하지만 한국은 조선을 거쳐 일제치하에 서양의 제철방식이 들어오면서 한국전통의 제철방식의 도검제작의 명이 끊긴 상태였다.
 

그러나 이은철 도검장의 피나는 노력으로 100여년간 단절됐던 우리나라의 전통 야철 기법을 완성함으로서 세계 최고의 명검으로서의 자리매김했다.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를 지켜나가고 있는 이시대의 진정한 장인 이은철 도검장. 그의 칼의 노래가 오래도록 지속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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