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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으면서

새해를 맞으면서

  • 기자명 유지순(본사객원논설위원)
  • 입력 2007.01.0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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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는 언제나 설레임과 기대로 시작한다.

뜨고 지는 해는 언제나 똑 같지만 새해를 맞는 마음은 우리의 자세를 바꾸어 놓는 신비한 힘이 있다. 그래서 해마다 연초에는 거창한 계획들을 세우게 되나보다.

지난 일 년을 돌아보면 아무 이루어 놓은 것이 없다. 작년 새해 아침에 세워 놓은 계획은 다 어디로 사라지고 허전함만이 남아 있다. 열심히 산 것 같은데 손에 잡히는 것이 없으니 매일 살아온 발자국은 지나온 삶 속에서 어떤 그림으로 그려졌을까.?

?세상 물결 속에 섞이다 보면 웃을 일보다는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일이 많다. 살아가면서 겪어야 하는 열 가지의 상황 중에서 서너 가지가 즐거움이라면 나머지는 고통이다. 그러니 기쁜 일보다 고통을 당해야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새해에는 우리 모두에게 힘든 일보다 즐거운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작년 한 해를 보내면서 보람 있던 일과 불편했던 일들을 떠올려 본다. 좋았던 일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고 불편 했던 일만 생각이 난다. 그 중에 제일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은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는 운전자가 많아 마음이 늘 조마조마 했던 것이다. 갑자기 끼어들기와 깜빡이 안주기, 위험한 곳에서 추월하기, 빨간 불 무시하고 달리기... 이것들은 조금만 배려하고 신경을 써 준다면 서로 편하게 차를 운전 할 수 있을 텐데 위반을 하는 것에 대해 불감증에 걸린 것 같다.

여주의 자랑 중의 한곳인 목아박물관에 가서 작품을 둘러보면서 참 가슴이 아팠었다. 혼신을 다해 수집을 했고, 조각을 했을 귀한 예술품들이 훼손되어 있다. 그 작품을 보관하고 만든 분의 마음을 들여다 보면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우리나라의 민도가 이것 밖에 되지 않나 하는 생각에 실망스러웠고 마음이 씁쓸했다.

서울에 볼일이 있어 간 날, 우면산 등산로에 전시된 시와 수필을 보기 위해? 예술의 전당 뒤 산을 오른다. 작은 판에 글을 쓰고 글에 걸맞게 예쁜 그림을 그려 놓아 등산을 하는 사람들의 정서를 살찌운다. 공기 맑은 산을 오르면서? 상큼한 시 한 수 읽을 수 있으니 등산길이 얼마나 멋질 것인가. 백여 개의 작품을 나무에 보기 좋게 걸어 놓았는데 얼마 되지 않아 반은 없어지고 망가진 것도 많다. 눈으로 보고 즐기면 될 텐데 왜 손을 대어 훼손시키고 가져가는지 모르겠다. 글이 좋아 떼어다 자기 집 거실이나 방에 걸어 놓고 즐기려 했을까.

가져간 것은 애교로 보아준다 하고 망가뜨린 것은 왜일까. 작품을 쓴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렸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등산로를 찾는 여러 사람을 위해 잘 간직해야 된다는 생각이 나지 않아서일까.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말을 함부로 해서 마음을 다치게 하는 일도 삼가야 할 것이다. 더구나 윗사람의 입장에 있는 사람의 언행은 한마디 한마디가 어떤 파급을 가져올지 생각을 하고 말을 해야 될 것이다.

환경미화원들이 정성들여 깨끗이 치운 길에 아무 생각 없이 휴지나 껌, 담배꽁초를 버리는 일도 눈에 거슬린다. 이렇게 눈살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 하지만 위의 예들은 빙산의 일각이다. 우리나라가 OECD에 가입한 국가라고 떠들고 있지만, OECD 국가 중에서 좋은 것은 무엇이든 최하위라고 하니 이제는 우리가 모두가 정신을 차리고 후진국의 이미지를 벗어나야 될 때이다.

살기가 힘들다며 남이나 정부 탓을 하고 자신의 잘못은 고치려 들지 않는다면 누가 우리의 인격을 존중해 주고, 자부심을 갖게 할 것인가.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거창한 말을 쓰지 않아도 각자 반듯한 행동으로 멋진 인격을 갖춘 사람이 된다면 가정과 사회, 국가는 당연히 바로서고 굳건해 질 것이고 위정자도 정신을 차릴 것이다. 늘 남을 배려하고 양보하며 작은 희생도 감수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 세상살이에 필요한 덕목이다.

이제 한 해가 새롭게 시작되는 시점에 와 있으니 1년 동안 지내온 발자취를 더듬어 잘·잘못을 생각해 보며, 더 잘하고 고치고 하는 자세로 새해를 맞아야 겠다.

어제와 오늘, 내일 그리고 모레, 계속되는 날들은 영원을 이어주고 있어 산다는 것은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나그네 길이다. 그 길에서 어제는 역사이고 내일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이지만, 오늘이라는 현재는 감사하고 즐겁게 지내야 될 축복 받은 날이다. 귀한 하루하루를 혼신을 다해 우리가 더불어 산다면 후회 없는 나날들이 계속 되리라 생각된다.

비록 계획한 일이 실천하기 힘들다 해도 커다란 꿈과 희망을 가지고 힘찬 새해의 발길을 내딛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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