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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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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편집국
  • 입력 2006.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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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방문

70년대까지만 해도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가정을 수시로 방문하여 생활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고 아이의 성장 발달을 위한 교육 상담이 아주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었다. 더불어 인간적인 정까지 더 해져서 생활은 가난했지만 훈훈한 인정과 교사로서의 존경심을 한 몸에 받으며 교육 상담뿐만 아니라 가정사 이야기며 세상 살아가는 아기자기한 일까지 동네의 어른으로 존경의 대상이 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국민소득 몇 백 달러의 경제수준과 학부모의 낮은 학력 T.V는 물론이고 라디오나 전화기 전깃불조차 없던 시절이니 지금 동남아의 후진국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래도 교육열은 세계 어느 나라 못지 않은 덕에 오늘날과 같은 풍요를 누릴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선생님들은 가르치는 일뿐만 아니라 학부모 계도 기능까지 맡아서 새마을 사업 홍보니 반상회에 나가 국가 시책을 홍보하면서 국민을 통합하고 잘 살아보자는 일념으로 천불 소득 백 억불 수출을 그토록 외치던 때가 엊그제로 느껴지고 있다. 그러나 그 후 사회 변천에 따라 가정방문의 역기능이 교육적 수준을 넘었다 하여 언제부터인가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가정 생활을 서류 상으로만 보고 파악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더구나 학교장으로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개개 학생의 가정방문은 아주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필자는 아주 의미 있고 감격적인 가정방문을 하게 되었다. 우리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 보금자리인 ‘우리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 곳에는 총 102명의 원생들이 원장님과 엄마 역할을 하는 복지사님들 품에서 여덟 명씩 한 가정(?)을 이루며 생활하고 있었다. 원장님의 안내에 따라 부속실을 둘러 봤는데 아이들 공부방이며 컴퓨터실, 도서실,식당, 체육관 넓은 운동장 등 여느 중산층 가정보다도 더 쾌적하고 환경이 좋았다. 이 집(?) 저 집(?)을 둘러보는 동안 우리 학교에 재학중인 46명의 아이들은 자기들이 다니는 학교의 교장선생님이 왔다고 안겨 보는 어린이, 무언가 들려주며 자랑하고 싶어하는 아이, 자기를 알겠냐고 물어 보는 아이 등등 너무나 좋아하는 모습이 예전의 70년대 가정방문 다닐 때를 연상하게 하였다. 한 명의 복지사가 8명의 식구들과 24시간 동안 함께 일반 가정과 똑같이 생활하면서 예의 범절, 우애, 공경심 등을 익히고 아이들에게 한없는 사랑을 베풀며 지내고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 큰 사랑을 받으며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서로가 받은 사랑을 누구에게나 베풀어 줄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요즘의 핵가족 가정에 비해 대가족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서로를 도와주고 의지하기도 하며 서로를 아끼는 모습이 자기 자신만 알고 혼자 자라는 아이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었다. 그런 그 아이들이 아주 대견스러워 보였고 필자의 마음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하였다. 대부분 사회에서는 보호 시설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하고 자기 위주로 생활할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의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하늘을 가득 메운 넓은 사랑을 베풀고 있는 원장님 아니 할머니께서 아이들에게 작은 일에서부터 사랑을 골고루 나누어 주고 있기 때문에 어느 곳에서도 보기 힘든 아주 평온하고 가족적인 분위기를 볼 수 있었다. 또한 그 사랑만으로는 부족한 또 다른 한 가지가 아이들이 먹고 자고 생활하는 그 곳의 환경일 것이다. 어느 상류 가정에 버금가는 식단과 좋은 시설 환경이 눈길을 끌었다. 모든 아이들이 좋은 시설에서 생활 할 수 있게 끊임없는 노력을 하시는 원장님과 그 직원들의 마음을 한 눈에 느낄 수 있었다. 항상 102명을 위해 고생하시면서도 그들을 위해 작은 도움이라도 되어 주려고 밤 낮 고생하시는 원장님의 훌륭하신 열정이 앞으로 자라나는 그 아이들에게는 큰 꿈을 꾸며 미래를 열기 위해 희망을 안고 살아 갈 수 있는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나에게 “교장 선생님 자주 놀러 오세요!¨ 라고 외치던 아이들, 내 품에 안겨서 안 떨어 지려하던 세 살 꼬마의 천사 같은 순수함이 세상의 온갖 욕심에 물들은 필자의 가슴을 한없이 부끄럽게 한 가정 방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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