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에 빠져버린 눈, 버스에 비치된 무료 일간지도 안 읽는 시대지역신문은 ‘비판과 온기’가 함께 담긴 우리 이웃의 이야기로 가야 신문을 안 읽는 세월이다. 이 말은 수도권에서 서울 시내로 직행하는 광역급행버스의 출근 풍경에서 실감 난다. 출입구에 놓인 유력 일간지는 무료로 가져갈 수 있어도 나이든 승객이나 겨우 한두 부 빼어갈 뿐 몇 왕복을 하고도 그대로 남는다.저마다 휴대폰 화면 삼매경에 푹 빠져있다. 재빨리 넘기는 화면 위 손동작이 분주하다. 깊은 생각이 머물 수 있는 절대 시간이 부족하다. 실시간 검색 우선순위는 팔랑개비처럼
지난 7일 정동균 양평군수는 양평공사 조직개편안에 대한 언론 브리핑을 가졌다. 양평공사의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자는 강한 취지를 보였다. 사실상 공사의 해체 수순이라는 것으로 볼 수 있다.양평공사는 물맑은 양평 친환경 농업의 상징이었다. 전국에 많은 친환경 농업인들이 견학을 왔다. 그러나 정작 양평공사의 물은 맑지 못했다. 출발부터 분식회계로 얼룩지고 6년간 4차례의 자본재평가를 통해 없는 자산이 부풀려지는 자본 뻥튀기로 유지되어왔다. 경영진은 행정안전부로부터 3차례의 개선명령을 받았으나 그때마다 개선이 아니라 은폐로 일관해
여주시청에서 북쪽으로 강을 건너보면 야구장이 있다. 시청은 국가로부터 점용허가를 받아 야구장을 설치하고 조례로 리틀야구단이 무상으로 이용하도록 하였다. 야구장의 관리는 시청이 해야 함에도 야구단 감독의 반복적인 제초요청에 무관심하다가 부당한 방식으로 민간업체에 일을 떠넘겼다. 이것이 잘못된 공무처리방식이라고 지적하니 문제가 없다고 하였으며 향후 제초작업을 하겠다던 부서에서는 1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가 불편 민원이 없어서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글을 열 번이 넘는 질의/응답 과정을 통해 남긴 자료와 의회와 시청을 방문하여
충주 앙성에 있는 오갑사지 석조여래좌상을 보러 갔습니다. 여주에서 앙성으로 넘어가다보니 강천마을에는 석불입상도 있어서 들렀습니다. 마을 뒷산에 서 있는 석불 둘레를 정갈하게 다듬어 놓았더군요. 석불은 몸집이 작고 석주형(石柱型)이어서 전체적으로 뾰족한 느낌입니다. 평면적인 석불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같이 간 일행이 말합니다.“희미하지만 웃는 얼굴이네.”그러자 다른 일행이 대답합니다.“그래? 나는 화내는 것처럼 보이는데?”나도 다시 찬찬히 석불 얼굴을 살폈습니다. 비바람에 깎여 입모양이 형태만 겨우 보일 정도여서 어떻게 느
‘사람이 먼저다’라는 말, ‘저녁이 있는 삶’ 만큼이나 멋지지만횡단보도에서 ‘신호가 먼저’ 아닌가. 세상 이치도 마찬가지 끈질긴 계몽과 단속 결과, 스쿨존에서 ‘30km 준수’는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칠 전 어느 초등학교 앞을 지나오면서 눈에 들어오는 표어가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다.“사람이 먼저다”어디서 많이 들어본 문장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의 말 가운데 걸작에 속하는 간명한 캐치프레이즈다.줄여 말하자면 ‘인본주의’를 뜻한다. 이 세상의 모든 일이 ‘사람이 살자고 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사람이 먼저’라는 말은 그
기본소득이라는 말에 신문을 접고 말, 독자가 있다면 끝까지 참고 읽어주시기를 바란다. 그리고 기본소득에 대한 제안이 사회주의자들이나 공산주의의 난동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면 더욱더 읽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먼저 기본소득의 문제는 철저히 자본주의의 문제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술발전이 4차산업혁명과 그로 인한 무인화 과정을 밟으면서 제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독일을 대표하는 신발브랜드인 아디다스는 ‘스피드 팩토리’라는 무인공장 시스템으로 바꾸면서 생산 공장을 동남아시아에서 독일 본국으로 이전했다. 기존에
1. 예전에 코미디 프로그램이 한창 인기를 끌 때 여러 코너 중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그것은 걸인들이 모여 한창 대화를 하는 중에 한 걸인이 밖에서 들어오며 ‘큰일 났다’고 호들갑을 떠는 것이다. 우두머리가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아주 황당한 이야기를 한다. 우두머리가 ‘어떻게 알았냐’고 물으니 그 걸인은 ‘신문에서 봤다’며 군데군데 찢겨나간 신문을 들이민다.신문을 들여다보던 우두머리가 보니 이곳저곳 찢겨나가고 남은 기사를 모두 붙여 읽으니 사실과 전혀 다른 황당한 말이 된다는 스토리다.이미 20여 년 전의 코미디 프로
지난 수십 년간 국가 정책과 물가안정이라는 명목으로 수많은 농민들이 피해를 입었고, 산업화 정책으로 농촌을 떠나고 농업을 포기하는 일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풍토가 만들어지면서 피폐화 농촌은 우리 농업의 현실이 됐다.고령화 되어가는 농촌, 영세화된 농민의 현실에 불어 닥친 세계화 바람은 그야말로 농촌과 농민의 비극을 더 가중시켰다. 우루과이라운드와 세계무역기구 협상 등이 있을 때마다 상대국의 요구에 따라 이뤄진 농업분야 협상은 피폐된 농촌과 농민들의 숨통을 점점 조이는 흉기가 됐다.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가 되다보니 남의 나라와 무
세계 최저출산, 최고령국가 먹구름 이미 덮여’인구감소가 코 앞이다‘ 벼랑에 선 것은 확실하다. 작년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낳을 수 있는 평균 출생아 수)이 1명 아래(0.98)로 세계 최저 기록 경신이다. KTX가 ’다자녀 동반 운임할인‘ 기준을 3명에서 2명으로 내린 것만 봐도 아이 셋은 이제 ’희귀한 집‘이 되어 가고 있다는 증거다. 미국의 미래예측사업가 해리덴트는 ’인구절벽‘이라는 말로 경고하면서 이태 전에는 ‘부의 절벽’이라는 책을 내고 ‘절벽’ 시리즈로 재미를 보았다. 인구감소를 ‘진도 9’의 초대형 지진에 비유한 영국
우선 이 칼럼의 제목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이 칼럼의 제목은 2018년 11월 9일자 한겨레신문의 는 기사 제목을 차용했음을 밝혀둔다.기사에는 종로고시원 화재 사건에서 창문 있는 방의 월세가 창문 없는 방보다 4만원 비쌌고, 창문이 있는 방의 사람들은 창문으로 탈출해 살아났지만, 창문 없는 방 사람들은 탈출에 어려움을 겪거나 끝내 목숨을 잃어다는 것이다.월 4만원이 결정적 순간엔 목숨 값이 됐다.여주시의 올해 10월 물가동향에 따르면 대부분 지역에서 치킨은
요즈음 남북관계나 북미 관계에 관한 뉴스를 접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답답하다고들 한다. 그것도 평화통일을 열망하는 사람일수록 더욱 답답함을 느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기대했던 하노이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고 최근 스톡홀롬에서 있었던 북미 실무자 회담도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북한이 불만을 표하며 결렬 시켰기 때문이다.스웨덴 북미 실무자 회담 전 북한은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고 특히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까지 발사했다. 북한은 '스웨덴 북미 실무협상'을 사흘 앞둔 지난 2일 강원도 원산 북동쪽 17k
균형발전이 국가·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입니다. 전체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50% 이상이 살고 있고, 수도권의 지역 내 총생산이 국가 전체의 50%를 넘었습니다. 반면에 지방은 지역산업과 경제의 쇠퇴, 인재유출 등으로 낙후화되어 신음하고 있습니다. 굳이 수치를 확인하지 않더라도 우리 여주 곳곳에서 마주하는 현실에서 서울 등 대도시와의 격차를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서울과 수도권이 돈과 자원과 인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상황이 계속되면 헌법이 명한 국토의 균형 있는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독하지만 참아내야 할 헬기 소음 어느 신문에 한 법무법인에 근무하는 호주 출신 외국인이 ‘닥터헬기 소음은 생명의 소리’라고 쓴 글을 읽고 전적으로 공감했다. 아마도 닥터헬기의 이착륙 소음으로 고통받는 민원이 빗발치는 현실에서 다시 생각해 보자는 취지였다. “일상에서 고요를 누리면서 살 권리가 누구에게나 있지만 꺼져가는 생명을 건지기 위해서 불가피한 닥터헬기의 소음을 참아내야 한다”는 요지다.맞다. 전국에 군(郡) 가운데 응급실이 없는 곳이 50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닥터헬기는 즉시
강천 섬은 거대한 느티나무 숲이었다. 큰 아름드리 나무 그늘 아래에서 한여름에도 족구를 할 수 있는 거대한 숲이었다. 여름이면 여주사람들의 피서지가 되었다. 백사장과 느티나무 숲은 사대강 사업으로 사라지고 지금의 강천 섬이 조성되었다. 요즘 강천섬에 와서 텐트를 치는 사람들도 뙤약볕을 가릴 나무그늘을 아쉬워한다! 강변에야말로 역설적으로 숲이 필요하다. 많은 관광객이 찾는 남이섬도 강가의 수려한 경관도 좋지만 거대한 숲이 그늘을 만들어 쉴 곳을 제공하기에 관광지로 가능하다.과거의 금모래 은모래도 느티나무 숲이었고 대표적인 여름 휴양지
요즘은 현시대 어떠한 문제에 대해 벼랑 끝에 몰린 위기의식을 반영하고자 할 때, 자주 ‘절벽’이라는 표현을 붙인다. 일자리 창출의 문턱에서 초기 투자금에 가로 막혀버린 ‘창업절벽’, 과도한 사교육비로 어려워지는 가정경제를 호소하는 ‘교육절벽’, 생산인구의 급감으로 도시경제의 붕괴선에 봉착한 ‘인구절벽’등과 같이 사회의 각 분야에서 마치 절벽 끝에 서 있는 것 같은 위기상태를 ‘절벽’이라는 말을 빌어 표현하는 것이다.여주시는 지금 그야말로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의 끝에 서있다. 2019년 여주의 인구는 약 11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 반납, 상품권 한 두 장으로 유인 실효성 없어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반납’캠페인이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우리 수명이 길어지면서 운전면허도 고령화를 면할 수 없다. 사람이 늙으면 인지능력, 신체기능, 시력, 청력이 두루 약해지게 마련이다. 고령 운전자가 일으키는 교통사고도 연평균 5.6% 증가하고, 사망자와 부상자도 늘어가는 추세다. 이에 호응하여 올해 상반기만 해도 운전면허 자진 반납 고령 운전자는 2만3194명으로 지난해 전체 반납자 1만1913명의 1.95배에 달한다.올해 1
해마다 10월 9일 ‘한글날’이 다가온다. 성군 세종대왕이 누워계신 여주에서 맞는 한글날의 느낌은 남다르다. 국민 90%가 “한글은 아름답고 과학적이다”고 여기고 있다. 한글은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제정 연원을 알 수 있는, 자부심 넘치는 언어다. 소리글자의 편리한 구성원리를 적용하면 몇 시간 만에 외국인도 한글을 바로 읽을 수 있다는 건 경이적 접근이다. 이제 할아버지 할머니 엄지족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천지인’에 기초한 휴대전화 입력방식도 따지고 보면 세종대왕님의 은덕이다.경사스러운 을 맞아 무슨 ‘초(醋)’ 치는 소리
거대한 땅은 모퉁이가 없고 큰 그릇은 더디 완성되며 큰 소리는 소리가 없고 큰 그림은 형체가 없다 마당 수돗가에 다래넝쿨이 있습니다. 심은 지 올해로 삼년 째가 되니 넝쿨이 꽤 무성해졌습니다. 나무로 섶을 만들어 주자 창고 지붕보다 높이 타고 올라갑니다. 줄기도 굵어지고 잎도 무성한데다 드디어 다래열매도 달리기 시작합니다.감탄하면서 바라보던 어느 날입니다. 호랑나비 애벌레가 세 마리 보였습니다. 파란 애벌레는 다래 잎을 사각사각 먹습니다. 점점 몸집을 불리고 다갈색으로 바뀌고 번데기가 되더군요. 우화(羽化)하여 너울너울 날아가는 모
얼마 전 여주실내체육관에서 제1회 여주시장애인어울림한마당체육대회가 열렸다.개막을 알리는 음악이 울려퍼지자 참가자들이 진정으로 기뻐하던 모습이 인상적으로 남았다. 소소한 일에 이렇게 기뻐하는 것은 마음이 순수하다는 것인데 이런 기쁜 일을 더 많이 만든다면 얼마나 더 좋아할까, 함께 마음이 순수해져서 이런 상상을 해보았다.그 뒤 필자는 장애인 단체 몇 곳을 방문해 여러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단체 관계자들이 주로 호소를 했던 것은 장애인들이 사회적 교류에 필요한 지원과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었다.한두 가지 예를 든다면
오늘 소개할 책은 네덜란드의 유대인 철학자 스피노자(1632-1677)가 쓴 (1670년)이다. 스피노자는 종교박해를 피해서 포르투갈에서 네덜란드로 이주해 온 부유한 상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신에 대한 불경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젊은 나이에 유대인 공동체에서 파문 당한다. 이후 그는 낮에는 렌즈 깎는 일로 생활하고 밤에는 독학을 해서 자신만의 철학체계를 구축한다. 재능과 노력이 더해져서 이른 시기에 유럽 전역에 유명해졌는데, 나중에 헤겔이 초빙돼서 갔던 독일의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철학주임교수 자리를 제안